그때까지만 해도, 음악이 전부였다

제 1장

by 엘리제



새하얀 눈이 내리는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마켓, 사랑스러운 캐럴이 있고,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 예술 그리고 달콤한 Gluehwein(따뜻한 와인)의 향기가 물든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음악공부를 시작하여 정착한 지 6개월째 되던 날에, 특별한 사람과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12월의 겨울이 찾아왔다.


City center(도심부)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조용한 동내, 스탠드의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작은 다락방 스튜디오에 저녁으로 만들어먹은 된장찌개 냄새가 방 한가득 채워졌다. 환기를 시키려 조금 열어둔 Skylight(천장에 낸 채광창)로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었고, 두둑두둑 창을 두드리는 기분 좋은 겨울 빗방울 소리와 함께 오래된 작은 스피커에서는 그녀가 사랑하는 쇼팽 발라드 1번이 흘러나고오 있었다.


섬세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쇼팽 음악.. 평안하고 고귀한 피아노 음률에 기분 좋게 진동되는 공기가 귓속에 전달되어 고막을 자극하더니 온몸이 파르르 떨렸고, 그녀를 몹시 흥분시켰다.


아아.. 유럽에서 듣는 쇼팽 음악이라니

내가 이곳에서 음악을 공부하게 될 줄이야..

꿈을 꾸는거야.. 그래 나는 행복한거야..


한동안 현실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잠을 설치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방황하고 있던 그녀의 형체가, 알 수 없는 아름다운 빛에 이끌려 더 은밀하고도 깊은 감성의 내면으로 끊임없이 빠져들고 있었다. 깊이.. 더 깊이..


띠링


음악이 절정에 치닫던 그 순간에 핸드폰 알람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댄다. 흥분에 달아오른 감성 세포들을 단칼에 베어버리고는 저만치 던져놓은 핸드폰 스크린에 그녀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미국에 있는 동생에게서 온 문자였다


싫어, 잠시만.. 이 사랑스러운 음악이 끝날 때 가지만

지금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오로지 피아노 음악 하나로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설레는 감정인가?


그 기분이 달아날까 눈을 감아 버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웠던 그날 저녁이 폭풍전야일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하였겠지.. 아니 어쩌면 이미 예상을 했는지도 몰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유럽에서 된장찌개를 먹으며 여유롭게 듣고 있었던 쇼팽 발라드 1번이, 이 곳에서의 최후의 만찬이 될 거란 상상 말이야…














피아노스트 엘리제 여자의 스타트업 독일 창문.jpg Skylight 겨울 빗방울이 떨어지던 채광창
피아노스트 엘리제 여자의 스타트업 .jpg 살던 다락방에서 바라본 동내
피아노스트 엘리제 여자의 스타트업 크리스마스 독일.jpg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크리스마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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