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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제

비가 오는 날을 사랑한다

비가 내리는 날을 기대한다


농사를 짓고, 그것을 팔아서 먹고살아야 했던 옛 조상들에게 비는 생명과도 같았기에 그들은 항상 제사를 지내고 기도를 했다. 비 내리게 해 달라고..


비에는, 행복과 슬픔이 공존하고 있다. 비 오는 날에 행복하다 생각하면 행복이 느껴지고 슬프다 생각하면 슬픔이 느껴진다. '바람과 비가 우주를 채운다' 중국전한의 회남왕 유안이 저술한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음과 양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비는 사랑과 애정을 뜻하기도 하고 이이의 자경 별곡이나 정철의 관동별곡에서는 비가 임금의 은혜나 능력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또한 수많은 노래와 시에서 빗방울은 슬픔과 눈물의 상징이기도 하다.


비 오는 날에 하늘 잔뜩 끼어있는 먹구름 탓에, 왠지 해가 더 빨리 지는 것만 같았다. 두둑.. 두두둑, 밀어 올려 열어둔 창문을 두두리며 힘차게 내리는 빛줄기 소리. 나의 시선은 어느새 창쪽으로 물끄러미 향해있었다.


어둑해진 방안에서 내다보이는 창밖의 풍경은, 빛과 색체가 잘 어우러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들여다보는 기분인데,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속에 사랑이 그려졌고,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면 그 속에 그 사람이 나타났다.


창문 넘어 빗방울에 요동치는 초록빛 나뭇잎들, 메마른 목 한껏 축이고는 신이 나서 춤을 추는 것만 같았고, 알록달록 피어오른 꽃잎 위로 맺혀 흐르는 맑고 투명한 빗방울은, 순수한 여인의 아름다운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사랑의 눈물과도 같았다.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들으니 한없이 나를 내리 당기고 있던 무거운 중력이 사라졌고, 하얀 어둠에 감싸 안겨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장가를 듣는 기분이었다. 살바람이 불어온다, 달콤하면서도 고리타분하고 싱그러움에 정화되는듯한 무채색 같은 공기 냄새도 함께.. 그것은 빗방울의 습기를 머금은 채 어디론가 떠나가는 메말랐던 세상에서 해방된 영혼들의 향기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내린 비가 그치고, 땅위에 고여있는 맑은 빗물 위로 세상이 뚜렷하게 비쳤다. 그리고는 '보이지 않으려 숨겨둔 내 마음을 들켜 버렸네'라고 세상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엘리제




*사랑하는 비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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