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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죽음을 만났을 때

by 차돌

"무슨 몸 관리를 이렇게 했어요?? 지금 이렇게 돌아다녀도 될 몸이 아닙니다"


어느날 부터 가슴 한켠이 아팠다.

시간이 없어 꾹꾹 참다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병원에 가 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내게 저런 말을 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한 번 쯤은 상상해봤을 것이다.

나 또한 내 죽음을 종종 상상했었다.


남겨질 아내가 걱정이긴 하지만, 뛰어난 여자이니 슬픔을 금방 이겨내고 잘 살거라 생각됐다.

그래서 내게 내 죽음은 무섭지 않은 것이었다.


정밀 검사를 해야겠다는 의사의 말에 정밀 검사실 앞에서 머리를 부여 잡고 몸을 숙인채 앉아 있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이걸 어떻게 이야기하지?'

'이제 겨우 일이 궤도에 올랐는데, 이렇게 죽는다고?'

'어머니...'


정밀 검사후 의사 앞에 다시 섰을 때 그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고개를 한참 동안 갸웃 거리더니


"어? 이상하다 왜 이렇지?"


라고 혼자 되뇌이곤 무언가를 한참 뒤적거렸다.

그리곤 '아!' 라는 짧은 단발마를 내더니 내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아까 제가 본 사진은 다른 분의 것었습니다. 제가 착각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그의 실수에 속았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 보단 엄청난 안도감이 내 몸을 풀어버렸다.


"그럼 제 가슴은 왜 아픈거죠?"

"아마도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그러신 것 같아요. 약 먹고 음식 조절하시면 괜찮아질 겁니다"


나중에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다들 "그 의사놈 멱살을 잡았어야지!!!" 라며 이야기했지만, 당시엔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의사는 제게 재차 사과하며 오늘 진료비는 받지 않겠다고 이야기했고 나는 그렇게 약 봉지를 손에 들고 병원 건물을 나섰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난 죽음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휴식일지도 모른다는 가벼운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내 코 앞에 다가온 죽음을 목도하는 순간 내가 평소했던 모든 생각들이 객기라는 걸 깨달았다.


죽음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었고 그렇게 쉽게 생각할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 날을 내가 죽다 살아난 날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이 날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자.

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을 조금도 아끼지 말고 남기지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하고 전하자.


내가 갑자기 어느 순간 떠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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