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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경 Nov 19. 2021

프롤로그

다시 태어난 삶에 감사하며 소은이와의 대화를 기록하기 시작하다. 

 소은이는 44개월, 이제 만 3살이지만 언어가 빠른 편이다. 이제는 제법 자신의 생각이 담긴 말을 하기도 하고, '어쩌면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도 많아졌다. 처음에는 남편과의 카카오톡에 그때 그때 소은이가 하는 말을 적었다. 아이의 반짝이는 말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여유가 있을 때 '세 줄 일기'라는 어플을 열어 아이가 한 말을 옮겨 적곤 했다. 그 당시 장면을 담은 사진과 함께. 그러면 그 당시 아이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할 수 있어 사진과 함께 그 순간을 저장해 둘 수 있어 좋았다.

<세 줄 일기> 중에서

 그런데 아이가 점차 커가면서 언어가 더욱 풍부해졌고, 표현이 확장됨에 따라 나의 생각도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는 여러 문장을 연달아 말하는 데 익숙했고, 엄마와 주고받는 핑퐁 대화도 거침이 없었다. 그 대화를 세 줄 일기장에 적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모자라기 시작했다.


'그래, 아이와의 대화를 글로 남기자!'


 어느 날 문득 아이와 나눈 인상 깊은 대화를 글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여운이 길게 느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글로 써두면 휘발되지 않고 영원히 남게 되는 거니까.


먼훗날 내가 혹시 세상에 없더라도 아이가 엄마를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게, 우리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남겨놓고 싶다. 30년 전 내가 쓴 일기를  어른이 된 내가 다시 꺼내보듯이, 지금 내가 아이와 주고받은 대화를 먼 훗날 소은이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언제 이런 말도 했었냐고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겠지.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나는 건강하게 아이 옆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보내는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이 글로 저장되어 보석처럼 반짝이게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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