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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캔디 Jan 21. 2021

영화 속 JFK의 환상은 깨지고

미국 살이 그 시작의 서막

Episode 1


 비행기 안에서 만 6살 아들(이후 현으로 지칭)이 말한다.                  

 "엄마, 미국은 몇 시간 가요?"                                            

 "엄마, 우리 몇 밤 자고 와요?"                                                

 "엄마, 미국 별로인 거 같아요. 우리 일곱 밤만 자고 와요."       

                  

흐흐.. '개미 콧구멍 같은 소리 하네 귀여운 아들'                              

비행기 안에서 처음엔 신기한지 창가에 앉아 신나 하던 아이가 점점 집에 가자는 쪽으로 말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우리 아들은 처음 타는 비행 기니 얼마나 신기했을까. 3~4시간 정도까진 먹을 것도 예쁜 누나들이 갖다 주고 앞에 화면에서 영화도 나오니 너무 신기했었나 보다. 그러다 익숙해지고 나니 계속 앉아 있는 게 힘들었겠지. 나도 점점 불편해져서 '와, 14시간 비행시간 장난 아니네' 생각하며 빨리 공항에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번을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며 도착한 미국 땅! 현이  "여기가 미국 이에요?" 큰소리로 물어본다. '헐, 그래 여기가 미국이다.' 부끄러움은 엄마의 몫.  비행기에서 나와 걸어가는 통로와 느껴지는 규모에 아~~ 실망.. 벽의 반 부조 조각은 안쓰럽고 외진 시골 같은 정겨움마저 느껴지는 공항 정경이... 상상 속의 그리고 영화 속의 미국 모습과는 엄청 큰 갭이 느껴졌다. 게다가 입국 심사를 하는데 이 양반들 일 진짜 느리게 한다. 줄이 이렇게 길게 늘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세상에!! 그야말로 한국 사람이라면 답답해 환장하게 만들 만큼 다들 어찌나 하나같이 느릿느릿 일을 하던지. 주토피아에서 나무늘보가 나오는 장면이 저절로 떠오른다


마치 난 그 장면 속의 주디에게 감정이입... 나중엔 이런 패턴에 익숙해졌지만 처음 도착하자마자 겪었을 때는 진짜 몸도 힘든데 화까지 막 올라올 정도였다. 역시 난 한국사람 인가... 시간이 점점 지체되니 마음 한편에는 짐이 먼저 나와 누군가 가져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도 생겼다.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차례가 되니 미국에 처음이냐? 왜 왔냐? 공부하는 곳이 어디냐? 거주할 지역은 어디냐? 아는 사람 있냐? 등등의 이런 종류의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아이는 아이대로 질문을 하는데 몇 살이냐? 이름이 뭐냐? 를 간단히 묻고 귀엽다고 상냥하게 말해주고 심사 끝.

대답할 때는 무조건 자신감 있게 하시면 된다. 단어 몇 개를 말하더라도 분명하고 또렷하게 말하기가 중요하다. 힘들다고 거칠거나 조금 예의 없게 하면 입국 거부당할 수 있다. 가끔 입국심사할 때  아주 심술궂은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이후 여름에 서머캠프로 몇 번을 미국에 갔지만 다행히 그런 심술 은 사람들을 만나보진 못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2시간 30분 정도 지나서야 바깥으로 나왔고 그사이 짐들은 먼저 나와 컨베이어 벨트는 멈춰져 있고 짐들이 옆에 다 내려져 줄 서 있었다. 다음 비행기 짐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짐을 다 찾으니 이번엔 카트(Baggage Claim Cart)를 가져와야 하는데 헐, 이것이 뭔 말이냐?!! 무료가 아니다! 동전교환기처럼 생긴 기계에 돈을 넣어야 했다. 기억에 2달러? 3달러?이었던 거 같은데 왠지 굉장히 억울한 느낌이 들었었다. 지금은 더 올라서 6달러라고 한다.

2012년보다 더 정비된 느낌이다

이런 도둑.. 절로 이 마음이 들었다. 울컥.. 갑자기 발동한 애국심에 우리나라 인천공항도 외국인한텐 카트 돈 내라고 하자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늘 그냥 쓰던 것을 돈을 내야 하니 어찌나 억울하던지. 우린 이 카트가 두 개 필요했다. 공항이 이걸로 장사를 하는 것이냐!! 필요하니 어쩔 수 없이 달러를 넣고 이민가방 4개에 캐리어 두 개를 이제 1학년 입학할 어린 아들과 함께 카트에 올렸다. 요 조그마한 녀석이 이렇게 큰 힘이 되다니 때마다 놀랍고 감동이었다. 역시 난 아들과 함께 와야 할 운명이었어.... 하하..


둘이 카트를 하나씩 밀며 나오니 내가 올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후배 J와 J남편 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만에 보니 너무 반가웠지만 드디어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안도감이 훨씬 컸던 기억이 난다. 첫날은 후배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시차 때문에 바로 후배 집 게스트 룸에서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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