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자리 해외생활
2016년 연말, 라트비아 근무 3년 차가 되던 나는 목표를 세웠다.
"해외에서 그 나라 회사에 일하기."
이 목표를 세우고 나서, 한국인으로 한국 대학을 나오고 한국 기업에서 일한 내가 해외에서 현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를 고민하다가 해외 대학원 진학을 next step을 위한 플랜으로 확정했다.
내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3년 내내 해외에서 일을 했지만,
한국 회사에서 일을 함으로써 반쪽자리 해외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서였다.
나는 분명 해외에서 살고 있었지만 회사에서 일을 할 때면 당연히 한국인이니까~ 하는 일들이 많았다.
같은 한국인끼리도, 또 현지 직원들도 "너는 한국인 직원이잖아" 하는 생각으로 나를 대할 때가 많았다.
1) 임자 없는 일은 내 차지
"이건 내 일이 아니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지 애들 덕분에 임자 없는 일은 모두 나에게 배정되었다. 특히나 나의 업무가 '기획' general 하고 또 general 한 업무였기 때문에 각 부서에서 나에게 일을 슬금슬금 가져다주었다.
2) 너는 6시 지나도 기다리잖아...
내가 라트비아에서 일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인데 어떤 일이든 내 요청은 마지막으로 밀린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한국인 부장님의 경우 내가 오후 4시쯤 '부장님 요청드린 건은 어떻게...?' 하고 물으면, '이거 6시 넘어 시작해야 할거 같은데?'라고 대답하셨다. 6시는.. 퇴근시간이었다. 6시 땡! 하면 짐을 챙겨 나가는 현지인들 때문에 현지인들과 처리해야 하는 일을 모두 처리하신 다음에 내가 요청한 건을 시작하신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3년 내내 계속되자 한 번은 나도 울컥해서 물어봤다. '부장님! 제 일을 6시부터 시작하시면, 그럼 저는 언제 집에 가나요?' 하고.. 부장님은 세상 곤란한 얼굴을 하며 '한국인끼리 이해해야지 어떡해 그럼'이라고 말씀하실 뿐이었다.
3) 한국 인분께 급히 연락드립니다.
법인에서 뿐만 아니라 본사에서도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한국인 직원인 나부터 찾았다. '거기 계신 한국분 맞으시죠?'라는 메시지가 사내 메신저로 도착할 때마다 나는 커피 한잔을 더 마셨다.
대체 이럴 거면 왜 해외 나와서 일을 하나?
한국에서 일을 하지! 하며 분노의 타자치 기를 한 적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