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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첼라 Mar 30. 2017

스웨덴 인턴 생활, 그리고 해외 취업의 기회

망설였지만, 놓치진 않았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인턴 생활은 한마디로 말하면 ‘하루에 한 번 내가 멍청한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나는 스웨덴에 위치한 한국 전자회사의 북유럽 법인에서 일을 했다.

내가 속한 부서는 Home Entertainment 부서로, TV와 오디오, 비디오 등을 관할하는 부서였다. 이 곳에서 나는 assistant of product manager라는 타이틀로 6개월 간의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외국어를 전공하고 그 어떤 경제, 경영 관련 자격증도 없던 나는 인턴을 시작함과 동시에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경영 용어들은 들어도 들어도 귀에 익숙해지지 않았고.


대학을 다니며 사교성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내 성격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버릇없어 보일 수 있는 성격이 되어 있었다. 


또 스웨덴어를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 순간 보다, 부족한 영어 실력에 자괴감을 느끼는 순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실수의 연속이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순간이었다. 

'이럴 거면 대학을 왜 나왔지?' 하는 의문이 하루에 10번은 들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며 1시간 걸리던 일이 10분 걸릴 때, 일을 잘했다고 칭찬받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매일 아침 회사에 가는 나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당시 학교 동기들이 스웨덴에 여러 회사와 기관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주말마다 만나서 스톡홀름을 만끽했다. 


나는 스톡홀름이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주말마다 동기들과 함께 스톡홀름의 근교로 카누를 타러 나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렌트 해 예쁜 섬을 한 바퀴 돌기도 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예쁜 청춘 엽서와 같이 기록된 순간들이었다. 나는 해외에서 일을 하는 것도 참 괜찮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인턴이 끝나갈 때쯤, 당시 관리담당이던 부장님께서 나와 다른 인턴 언니 한 명을 불러 해외 취업의사를 물었다. 만약 우리가 해외취업의사가 있다면 타 법인에 우리의 이력서를 보내고 혹시 채용의사가 있는지를 물어보겠다 하셨다.


관리담당님의 방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하겠습니다.’ 했지만, 내 속마음은 반반이었다. 


해외 취업을 선택할 때, 취업에도 도움이 되고, 대학원으로 가도 길이 이어지는 두 갈래 길에 모두 발을 걸치고 싶어 해외 인턴을 선택했던 것처럼 인턴이 끝날 때도 나는 두 길에 모두 발을 걸치고 싶었다. 


해외 취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 정확히 말하자면 취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우선 기회를 놓치기 싫다는 마음 하나로 네! 하겠습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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