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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 May 14. 2019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특별하다.

휴직의 세번째 여행, 제주도

퇴사자와 휴직자, 이상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고 끝이났다.

휴직의 마지막 여행일 것을 예상하며 씁쓸하고 이상한 감정을 쥔채 4박 5일간의 제주도여행을 떠났다.


5일 내내 하늘은 화창했고 휴직기간동안 날씨운을 제대로 타고났다.

수고했다며 하나님이 내게 주시는 위로같았다.


어느날은 눈물이 났고 어느날은 웃음만 나왔다.

이번 여행은 마주 잡을 손이 있어 따뜻한 웃음이 번졌다.


알았다.

여행은 누구와 하는지가 중요하다.

내 삶도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와 어떤 상사와 함께하느냐는 중요했다.


함께 여행하며 그는 내게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읽어보라며 들이밀었다.

그답지 않았다. 그래서 건내는 책을 진지한 태도로 읽었다.

 

책에서는 지금 가고 있는 직장을 떠나야 할 때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두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곳에 필요한 사람인가?"

"이곳에서 배울 것이 있는가?"


글쎄, 나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두가지 질문 모두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다.

처음 직장을 잡을 때 생각했던 것들이 떠올라 그러했고, 답을 못하는 나 자신의 위축됨에 안타까워 그러했다.


휴직의 날이 끝나간다.

아쉬움이 크다. 한편으로 무엇을 했는가 질문하게 된다.

무엇을 했을까 묻는다면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다시 또 다시 물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인정받는 것을 내려놓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삶의 태도와 이론을 다시 정리했다.


사람관계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떤 선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인지

왜 말을 아껴야 하는 것인지

왜 쉼표가 중요한지 말이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

심장의 쿵쿵거림이 여전하다.


불안하고 불편하고 괴롭고 아프다.

그렇지만 이제는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그것이 가장 큰 발전이자 깨달음이었다.

돌아가면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한다. 이 여행의 종착지는 아마도 그곳이리라.

후배가 휴직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 답해야할까.

이 시간을 왜 휴직했느냐 묻는다며 나는 왜 라고 말해야할까. 진로때문이라 해야할까? 관계때문이라 말해야할까?


글쎄…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직 삶이 미숙한지라 나는 결정할 수 없었고 태도를 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미숙한 나에게 할 수 있는 배려였고 결정이었다.

확실히 덜 살았다.


그래서 나다운 결정에 좀 더 신중해야했다.

나의 이유는 그저 그랬다. 받아드릴 수 없다면 받아드릴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들에게 강요할 수도 받아드리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그들이 그렇구나 하고 받아주기를 받아드리기를 바랄 뿐이다.

  

특별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지만 나는 특별하다. 그것이 인정함의 결과였다.


남들과 다르다를 인정하기 보다 모두가 특별하고 그것을 내가 존중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알았다.  이왕이면 누군가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기를 오늘 바래본다.


오늘은 왠지 마음이 쓰리고 아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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