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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 Apr 08. 2019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걸리는 거니까

프로휴직러의 일기

날아올라라, 정기를 들이마시고, 이제껏 드러나지 않은 것을 보라. 떠나라, 헤매어라, 하지만 위로 오르라.”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치열했던 날 매일 아침 이렇게 되뇌었다.  ‘개같은 하루야. 아침에 눈을 뜨는것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더 나아질 것이 보이지 않았고, 이렇게 평생 일할 것을 생각하니 더 괴로웠고 이제는 사람을 그만 만나고 싶었고, 분별없는 이야기들에 지쳤다. 휴직을 결심하니 많은 사람들이 물어봤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아마도 자세한 이야기는 꽤 오랫동안 내 마음의 분노가 잦아들 때 까지 말하지 못할 듯 하다. 많은 순간 화가 났고, 실망했고, 절망했다. 이런 어려움 또는 괴로움을 겪을 때 나는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어려움을 줬던 것은 아닐까? 혹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실존했던 수많은 성인들과 영웅들은 번아웃을 겪었고 그것을 그들의 방법으로 각자의 시간에 맞게 이겨냈다. 누군가는 1년이 걸렸고 누군가는 10년이 걸렸고 누군가는 20년이 걸렸다. 우리는 그들의 현재 반짝이는 삶을 보기에 치열함을 구차함을 무너짐을 알지 못한다. 번아웃이라는 시간은 각자의 삶의 비밀과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 아닐까? 난 다섯가지를 인정하고 노력하기로 했다.


1. 나는 무언가를 배우고 해나가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욕심내지 않을 것


2. 내게 주어진 시간동안 삶 속 곳곳에 있는 것들을 발견해 나가는 기쁨을 가질 것


3. 잘나가는 사람이 되는 것도,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도 욕심내지 않는 것


4.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 않을 것


5. 나의 직관에 충실하되, 지혜롭게 대처할 것


난 특별하게 사는 것을 목말라했다. 인정받는 것을 기뻐했으며 그것이 삶의 많은 순간 나를 대변해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대변해줄 것이라 믿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지만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잘난 사람들과 인기많은 사람들과 비교하며 살아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내 옆에는 롤모델이었던 여자리더가 있었다. 굉장히 이성적이며 자신의 리더로부터 인정받으며 직장생활을 해온 여자리더였다. 그녀와 비교해보자면, 나는 작은 일에 울고, 웃는다. 때로는 정직하지 못한 모습에 분노했다. 내가 존경했었던 여자리더는 이성적이었고 감정적인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사람들을 피드백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것이 그녀다운 것이다.


그녀의 정의대로라면, 난 피드백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감정절제도 못하는 어린여자였을지 모르겠다. 그건 그래도 난 그런 그녀를 좋아했었다. 결정적으로 그녀와 멀어지기로 한 것은 나와 나눈 나의 치부와 아픔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을 알았을 때였다. 이 때에 관계와 진정성을 배웠다. 그리고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부족함이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공감과 관계에 약한 사람이었다.


그걸 마주하는 당시에는 꽤 많이 괴로워했다. 그러나 이제는 괜찮다. 나는 내 모습 그 사람의 모습을 인정하기로 했다. 우리는 그렇게 창조되었고 그렇기에 누군가는 이성적으로 누군가는 감성적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하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누군가가 겪은 아픔에 같이 아파할 수 있고 괴로움에 공감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같이 분노한다.


그것이 내가 기쁘게 살아가는 이유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다. 우리는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걸린다.


세상에 성공한 것 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끌려가지 말자. 그들도 그들의 어려움을 겪는중이니. 그들도 사람이니.

세상은 둥글어서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있으니, 분노하고 염려하고 아파하지 말자.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오늘 아주 조금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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