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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사일기

2편. 안타깝지만, 가족 경영에 참여해야해서요.

관계를 포기해야만 한다고?

by 엘라

부모님이 이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 친구는 부모님의 건강악화 소식과 경영부도 위기 상황을 자주 알려왔다. 곧 사업을 정리할 생각이라고 마지막으로 들었던 날이 지나고 주말에 뜬금없이 화상으로 급하게 미팅을 요청했다.


"저 이제 부모님 사업을 도와야 할 것 같아요. 아버지도 많이 아프시고, 직원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당장 빨리 출근해서 도와드려야할 상황이라.. 너무 아쉽고 슬픈 소식이지만 전합니다.."


같이 경영을 해온 동업자가 나간다는데, 친구였고 동료로서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경영자로서 이성적인 결정도 필요하지만, 애써온 동료에게 충분한 보상과 배려받으며 보내주는 것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다만, 이제 성장 중이었던 3년차 시기 회사가 넉넉하거나 시간, 돈이 있거나 한 상황도 아니었고 지금 나가면 고생만 하고 나가게 되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어서 여러번 만류했다. 조금만 더 같이 버텨보자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는 완고했다. 그래서, 아 이제 여기에 마음이 떠났구나. 하는 초연함도 스스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몇일 뒤, 돈을 요구했다. 약 3천만원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자신이 수고한 시간들과 상황을 설명하며 보상을 받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충분히 회사 내부적으로 고민해보고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오랜 동료라는 사실과 초창기 고생한 멤버, 그리고 개인의 상황이 어렵다고 하고 부모님도 아프시다고 하니 어떻게든 돈을 개인적으로라도 줘야겠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아마 그 친구는 회사 돈으로 본인이 보상을 받을 규모를 정해둔듯 하다.


유일하게 회사 돈으로 정당한 방식으로 보상을 하는 방법은 절반 가까이 갖고 있는 그 친구의 주식을 현금화해 매입하는 방법과 퇴직금이 유일했다. <초창기 회사가 증자하면서 개인의 노고와 미래를 고려해 주식을 별도 납입금 없이 보상으로 줬었다. > 어떠한 성과후에 계약만기로 떠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상황으로 인한 자진퇴사다 보니 더더욱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 입장에서도 잘 보상해줄 필요도 없는 조건들이긴 했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 날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날 밤 그는 몰래 사무실에 들어와 계약서를 들고 나갔다.

다음날 아침 나에게 회의실에서 보자며 불러와 나와 작성한 계약서 중, 회사 내 개인 캐비닛에 보관중이었던 서류를 찢어서 내게 보여줬다. "이 서류는 이제 폐기 되었으니 법적 의미가 없습니다. 퇴직과 관련한 보상은 다시 논의하시죠." 라고 말이다. 나는 손이 벌벌 떨렸다.


내가 계약서를 쓸때 억지로 쓰게 한것도 아니다. 천천히 보고 불편한 부분이나 변경 원하는 부분은 같이 충분히 논의하자고 여러번 이야기하며 서류를 두고 회의실을 떠났다. 혹 검토하는 것이 내가 있는게 불편할까 했다. 돌아왔을 때는 이미 혼자 서류를 다 끝내고 내 서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 이후로 그에게 여러번 연락했다. 그런데 아무런 말도 통하지 않았다.

원하는 조건을 전달하지도 않았고 계약서를 그럼 다시 써서 달라고 하니 전달 주지도 않았다. 그 계약은 이제 의미없다고만 반복하며 몇천만원을 대뜸 정확히 요구해왔다. 그 계산이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달라 하니 그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도저히 이해가 아직도 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그간 신뢰를 주지 못했을까 싶기도 했고, 이럴거면 서류에 대해 그 자리에서 붙잡아놓고 더 많은 대화를 해볼걸, 여러 후회가 들었다.


그간 지내온 관계만으로도 그가 요구하는 것들은 가능한 공간이 있었고 여러차례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혹시 오해나 불편한 게 있다면 얼굴보고 이야기 하자고 말이다. 관계를 이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도 망치고 싶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단 한번도 그 이후로 그는 얼굴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지금 우리는 대리인을 통해 지금까지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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