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그리고 출근 전 마지막
길고 긴 여름잠이 끝나고 여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듯
나의 휴직과 퇴직의 시간은 끝이 났다.
어느 날은 그만 쉬고 싶었고
어느 날은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시간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했고
더 깊이 나를 잠들어 오래 전 나의 모습들을 되찾도록 했다.
여름잠에 깨어나기 위해
다시 한번 짐을 챙겼다.
휴직하자 마자 짐을 챙겨 홍콩으로 갔던 그 날처럼
오늘은 새로운 시작 전 짐을 챙겨 가까운 제주로 간다.
2019년의 길었던 겨울잠의 시간을 정리하고
2020년을 준비하기 위해 허물을 벗고 나비로
우리 모두에게는 매미처럼 잠시 멈추어 가만히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없는 것처럼 숨죽이는 시간이 지나간다.
그 때에는 그 시간이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아 두렵다.
그 시간이 다 지나고
나의 완전히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아간다.
지금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은
지금도 미래해도 여전히 똑같이 아름답다.
내가 사랑하는 제주도도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