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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 Apr 05. 2019

도망쳤다. 홍콩으로

프로휴직러의 휴직일기

2년간 경영컨설턴트로서의 삶을 마치고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홍콩으로 도망쳤다.

무엇이 기다릴지 알 수 없는 그 길로 그냥 도망치고 싶어 도망쳤다.

사람들이 물어봤다. 휴직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모르겠다.


자기연민과 의심에 빠져 어디로 헤어 나와야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그냥 대뜸 회사에 휴직을 하겠다고 했다.

나의 최선은 휴직이었으며 차선은 퇴사였다. 잘한 선택인지는 시간이 흘렀을 때에 알 수 있겠지만 여전히 나의 최선이었음을 인정한다.


컨설턴트로 2년을 보냈을 때, 내 삶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였다.

나는 이전에 나보다 타인이 가장 중요했고 공동체가 중요했다. 그래서 이타주의자로 살아가겠다고 했었다.


근데 나는 몰랐다.

내가 먼저 살아야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였고 내가 앓아가는 것은 나만 돌보는 채 살아가는 삶이 되는 지름길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일하는 동안 나의 마음은 병들어 갔다.

이유없는 울음, 자기비판, 슬픔... 매일 같이 찾아오는 마음의 고통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컸다.


내 삶에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 때에 알았다. 나는 ‘나’를 지키는 법을 모르고 있었구나.

여전히 나는 모른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인지.

분별없는 세상의 언어속에서 나를 건져낼 방법을 찾는 것이, 마음을 지키는 것이, 생각을 지키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지만

세상 속 무차별하게 흔들리는 나의 모습은 그것을 알아가기에는 너무나 어렸다.


내가 홍콩으로 도망친 이유는 한가지 였다.

왜인지 모르지만, 다시 오고 싶었던 이곳에 오면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나’로 살아가는 것은, ‘나’를 지키는 것은 무엇일까?


휴직이 답이었을지 아닐지 모르겠다.

홍콩에서 다섯번째 밤을 보내는 오늘, 난 나에게 칭찬했다.

“홍콩에 오길 참 잘했어.”


나 열심히 잘 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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