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회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라 Jan 23. 2022

넌 나보다 나를 잘 알았구나

우리가 스물셋, 너는 스물 다섯의 아픔을 보냈구나

막 직장생활을 시작했을무렴 친구가 책 한권을 내밀었어요. 


 선물이라며 편지와 건내왔고 이 책을 읽는데 '네 생각이 나더라' 라며, 이 말의 문구들이 마치 너의 언어 같다고, 언젠가 너도 이런 글을 쓰게될거 같다며 마음을 담아왔어요. 그리고 네가 그런 글로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했어요. 그저 좋은 말들이라서 그 날에 좋았거든요. 내가 그렇게 따뜻한 사람인가? 그리고 이렇게 감정에 솔직한 사람일까? 하는 여러 생각들이 들었지만요.  


사실 제대로 읽지도 못했어요. 그 책을 받았을 즈음이 스물셋이었을거에요. 버텨내기에 급급했고 나의 스물다섯도 그러했죠. 그때에도 기억나요. 꺼냈다가 다시 넣고는 '역시 에세이는 나랑 안맞아'라며 경영서적을 꺼내 읽었거든요. 이 책의 제목은 '나와의 연락' 유지혜 작가님이 꾸욱 꾸욱 한글자 한글자 벅차오르는 감정들을 담아낸 너무도 따뜻한 책이죠. 


그때 나는 이런 말을 했어요. "나랑 에세이는 맞지 않는것 같아. 너무 날 우울하게 만들어" 버텨낼게 많은 사람에게는 감정에 집중하는건 힘든일이었어요. 여유라는건 사치같았고 힘들때면 오히려 지식을 채울 수 있는 책들로 여전히 난 안전하고 괜찮아 라며 위로했거든요. 그 감정들에 묻히지 않도록 나를 더 강하게 세워내야했으니까요. 다음 날에도 난 해야할게 많으니까요. 그래서 수많은 에세이를 주는 친구들의 선물을 고맙게 받으면서도 저편으로 잠시 미뤄두지 않았나 싶어요. 


다시, 그때의 책을 꺼내서 한글자 한글자 눌러담아 읽어보는 중이에요. 이제서야 저는 감정에 묻히지 않는 법을 배웠고, 나를 더 이해하는 법을 배웠거든요. 이해가 되는 이 말들에 내 친구는 그 날에 어떤 시간을 보냈길래 이 말들이 이해가 되었을까, 그리고 내가 생각났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너의 스물셋은 어쩌면 스물다섯보다 깊은 날들이었겠구나, 넌 나보다 언제나 단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때 친구가 그랬잖아요. 나와 닮은 책이라고. 

이 말들 한글자 한글자가 꼭 제 마음처럼 순간에 발견하는 순간들이 너무 나의 표현과 닮아있는걸 이제야 알았어요. 어쩌면 내 친구는 나보다 나를 더 잘알고 있었나봐요. 내가 언제 행복한지, 언제 우뚝 서서 살아가는지, 어떤 자유함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말이에요. 


이 책의 한 페이지가 마음에 남아서, 

이 곳에 담아 둡니다. 



선명한 색을 가지되 충분히 흔들릴 것 

정신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질 것 

삶이라는 제안에 고개를 끄덕일 것

남을 탓하는 횟수를 줄이며 잘못을 상대할 것 

용서와 양보를 나의 것으로 삼을 것 

낯이 간지러운 말을 항상 곁에 둘 것

표현할 것 

연애할 것

공부할 것

주저하던 일에게 기회를 줄 것

가장 예쁜 표정으로 계절을 맞이할 것 


[유지혜, 스물다섯의 여행기/ 나와의 여행 p.217]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소망이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