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히어로

내 인생의 본연의 모습은 무엇일까

by 소나사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통으로 오늘도 일어나자 마자 처방된 편두통약을 졸린눈을 비벼가며 찾아 먹었다. 새벽 5시.난 남아있는약봉지의 갯수를 세어보고 약이 떨어지지 않게 병원 내원일을 따졌다

삼일의 여유가 있고 삼일안에 병원을 내원해야하는 계산까지 마치고 이른 새벽의 무거운 몸을 다시 쇼파로 가져갔다. 내 몸의 하중에 견디지 못하고 푹 꺼진 쇼파가 나를 품었다. 다시 누우니 잠이 오지않았다.

조용한 새벽.가족들은 모두 잠에빠져 집안이 고요하다. 심지어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도 아직 꿈나라인 모든것이 멈춘듯한 시간이다

또다시 찾아오는 연민의 시간. 사정이 생겨 우울증약을 처방받지 못해 삼일째 약을 먹지못했다. 아침 루틴은 편두통약과 우울증약 복용인데 우울증약을 처방받지 못해 며칠 째 우울함의 감정에 노출되어버렸다. 약을 먹지 못해서인지 지난 주말동안 난 연민의 늪에 빠져버렸다.

모든 것이 슬퍼보여 이성적인 사고를 할수없어 무기력에 빠져 쇼파에 하루종일 누워 자극적인 유튜브 채널 시청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하루종일 누워있다보니 머리가 멍해지고 허리가 아픈데도 난 연민의 늪에 빠지는것보단 이렇게 다른것에 나의 관심을 돌리는것이 내 무의식이 낫다고 생각하는것같았다.

우울증약을 먹지못해 내 몸이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니 나에게 찾아오는것은 끊없는 연민에 대한 슬픔이였다.

나에 대한 연민. 가족에 대한 연민. 인생에 관한 연민. 회사일. 앞으로의 미래. 과거에대한 집착과 후회에 대한 연민. 그리운 사람에 대한 연민 .....세상만사에 대한 연민의 감정에 난 축쳐진 걸레가 되어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 된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오늘 시간을 내서 정신과 병원에 들려 약을 처방받았다. 이제 난 약을 복용하는 동안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제 활기차게 살 수 있고 운동도 즐겁게 할 수 있고 회사 생활도 사람에 대한 두려움 없이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약을 먹으면 고통을 모르는 슈퍼히어로처럼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연민 히어로가 될 것이다.

약에 의존한 채로 연민을 느낄 수 없는 연민 히어로가 되어 난 오늘도 가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 주위에 있는 아무것도 아닌 일상들이 누군가에게는 연민의 대상이 된다

슬펐다. 가족이 있어 헤쳐나가야 할 삶의 순간들이 슬펐고 우리 아이들이 겪어야 할 수많은 삶의 모습들이 슬퍼 보였고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매 순간들이 슬픔으로 다가왔다.

약을 먹으면 이런 순간들이 모두 내가 인지하지 못한 채 흘러간다

난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슈퍼히어로가 되어 그렇게 살아간다.

어떤 것이 내 인생에 진짜 모습일까? 세상만사에서 느껴지는 슬픔들이 진짜 모습일까? 아니면 약을 먹고 안정된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짜 모습일까? 어쩌면 나는 가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면의 진정한 모습은 내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결코 약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감정에 속아 살아가는 것이 아닐진데 왜 나는 약을 먹고 살아가야 진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는걸까.

조그만한 알약의 힘이 내 삶의 의미를 바꿀 만큼 그토록 대단한 것이 어떤가. 이 역시 인생이 연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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