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가 떨어져서 엄마를 찾았다
세 번째 코로나가 알려준 것
바지가 터졌다. 사실 정확하게는 단추가 떨어졌다.
혹시나의 경우를 대비해서 반짇고리는 미리 사놓았지만, 어차피 바지가 하나뿐인 것도 아니라 그냥 단추를 다시 달지 않은 상태로 있었다.
얼마 전, 세 번째 코로나에 걸렸다.
물처럼 곱게 간 죽도 삼키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몸 상태가 점점 더 심해져 가는 걸 느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혼자 살고 있던 서울을 떠나 부모님과 가족들이 있는 인천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부모님 품 안에 있는 것이 그나마 조금 덜 움직이고 더 챙김을 받지 않겠나 싶기도 했고, 사실은 김치가 떨어졌다.
그렇게 부모님께 연락을 한 후, 속옷과 필요한 몇 가지를 챙기다가 단추가 떨어진 바지도 챙겼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엄마에게 단추가 떨어진 바지를 건넸다.
나이가 몇 갠데 혼자 달지도 못하고 이걸 서울서부터 들고 왔냐고 엄마는 본인의 말처럼 다 큰 딸의 바지 단추를 달며 잔소리를 했다.
"나보다 엄마가 더 꼼꼼하고 튼튼하게 잘해."
반짇고리도 집에 있었고, 나름 중학교 시절 가정 점수도 상위권이라 친구들이 바느질을 못할 때면 1등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했었다. 근데 왜인지 그날따라 고작 단추 하나 떨어진 일도 엄마가 해줬으면 했다.
요 근래 컨디션은 컨디션대로 안 좋고 삶이 공허한 순간이 많았다.
갑자기 내 삶이 정지된 기분이 들기도 하고, 혼자라는 생각이 자주 들기도 했다. 그래서 단추가 떨어진 날, 그냥 내가 하고 싶지 않았다. 시대의 역병으로 가족들이 그리웠던 것보다, 별 것도 아닌 이 단추를 달아 줄 내 편이 보고 싶었다.
그렇게 며칠을 집에서 푹 요양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짐을 풀어보니 엄마가 고쳐 준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단추가 다시 떨어지는 것보다 이 바지가 해져서 뚫어지는 것이 더 빠를 것처럼 단추가 아주 단단하게도 매달려 있었다.
하여튼, 이제 단추가 단단하게 달린 바지와 옷가지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이른 아침부터 엄마가 만들어 줬던 갈비찜을 꺼냈다.
바지에 단추를 다는 일도, 똑같은 양념으로 더 맛있는 맛을 내는 일도 엄마를 따라가려면 멀었다.
뼈가 톡 하고 쉽게 분리되는 갈비 한 덩이를 먹고 나니 수저는 한 사람 몫이지만 오랜만에 이 집에서 혼자가 아닌 기분이었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노랫말이 우리 가족만큼은 피해 갔으면 좋겠다.
아직 다 크지 못해서 혼자선 단추 하나 단단하게 달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라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
무려 세 번째나 걸린 코로나는 무사히 지나갔다.
그리고 단추는 여전히 단단히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