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가 있는 글
물음표를 바라보다 사람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다.
노트북을 열자마자 키보드 키 하나가 떨어져 나를 반겼다. 사실 그 키가 떨어진 지는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제자리에 힘을 다해 꾹 누르면 다시 제 역할을 해내기에 굳이 고치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떨어진 키를 제자리에 눌러 넣었다. 하지만 이내, 그 키는 또 떨어졌고 나중에는 아예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려조차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겨우 버티던 접착력도 끝이 난 것 같았다. 그래서 그 키를 아예 떼어서 멀리 두었다.
그 떨어진 키는 Shift 키 옆에 "/"와 "?"를 담당하는 키였는데, 생각보다 누를 일이 많지 않아서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왜 내가 이 키를 누르지 않는지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내 글엔 물음이 사라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고작 20년 조금 넘는 삶을 살았을 뿐인데, 더는 세상과 사람에게 지친 사람처럼 내 글에는 물음이 사라졌고 대화가 사라졌다는 것을 말이다.
내 글 속에 사람들이 숨 쉬던, 왁자지껄 따뜻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마음이 시큰했다. 펜데믹이라는 시대적인 상황이 더 격하게 만든 것도 있다고 하지만, 글에는 사람이 살아있을 수 있는데 이제 와 보니 사람이 살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된 것 같았다.
글은, 쓰는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 내가 아프고 힘이 들 때면, 글 속에 아픔이 절절히 묻어 나왔고 기쁘고 즐거울 때면 단어의 틈마다 따뜻한 숨이 뱉어 나왔다. 그간 써놓고 채 다듬지 못한 글들에는 아픔도, 기쁨도 그 어떤 것도 묻어져 있지 않았다.
이 글을 마치고 다시 새롭게 쓰게 될 이야기에는 아파도 괜찮고, 즐거우면 더 좋으니 사람이 담겼으면 좋겠다. 궁금한 것도 많고 듣고 싶은 것도 많아서 물음표가 넘쳐나는 그런 사람 말이다. 하루라도 빨리 노트북을 고쳐야겠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척박한 땅으로도 향하는 사람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