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의 일터 문화 충격
밀레니얼 앞자락 세대인 나조차도 가끔 우리나라의 '한국적' 일터 문화가 적응이 안 될 때가 있다. 지극히 한국적인 사회에서 성장하지 않았던 이유일 수도 있고 내가 완전한 한국 사회에 밀착 되었다고 느꼈던 것이 얼마 안 돼서 일수도 있다.
나는 어렸을 적 몇몇 나라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적응을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었으나 성인이 되어서야 학창시절에 나는 사실 한국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나, 주어진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20, 30대는 대부분 해외 업무가 많은 일을 했었고 외국인들과 일하는 것이 더 편하다 생각했던 사람이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또 완전히 편했던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지금 일하는 곳으로 이직을 하면서야 비로소 내가 완연한 한국 사회에 밀착되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그건 내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대화의 결들도 ..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국 사회라면 당연한 것들을 30대 중후반에서야 경험했다. 그래서 간혹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매우 문화 충격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회의 중에 컬쳐 쇼크가 있었다. 어쩌면 이를 컬쳐 쇼크로 느끼는 내가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
회의를 본격 시작하기 전, 돌아가면서 근황 토크를 해보라는 것이다?!?? 퇴사하는 사람도 있고, 코로나에 걸린 사람도 있고 하여 상황적으로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돌아가면서 근황토크를 하라는 것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밑도 끝도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인데 참으로 난감했다.
난감했던 이유는 - 우선 내가 미혼이라는 점에서 왔다. 대부분 기혼이기 때문에 근황 토크는 가족 이야기를 한다는 것, (난 미혼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 이야기를 굳이 한다는 것도 이상했고 그렇다면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인데 – 연애 근황을 말하기도 애매하고? 친구랑 노는 이야기를 하기도 애매하고?...기타 등들..) 회사에서 업무가 우선인데 내 개인사를 이야기 한다는 것이 조금 난감했다.
조직운영과 리더십에 관심이 있어 최근 관련 자기 계발서를 읽고 있는데 최근 읽은 서적에서 리더는 조직원들과 1대1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업무 상황 체크 뿐 아니라, 감정 및 멘탈 관리도 포함해야 된다 했다.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생활이 돌아가는 사회 초년기 보다는 아무래도 중년에 접어들 때 즈음이 되면 가족(부모님, 자식, 형제 등), 경제적, 건강 이슈 등이 결부되어 회사 생활을 하는 데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 당연한지라 리더 혹은 주변 동료들이 서로의 근황을 알고 있는 것이 일부 필요 하겠지만 ... 근황 토크를 해보라는 회의는 조금 이상했다.
내가 그 사람들이랑 아직 가깝지도 편하지 않은 사이여서 일수도 있고, 함께 내 상황을 더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 싶다. 내가 이상한건가? 너무 예민한 것인가? 그러고 보면 외국인 동료들하고도 개인사를 나누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모든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이 모든 상황이 자연스럽지도 편하지도 않았다는 느낌에 새삼 문화 충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