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하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브런치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뒤로 어느새 1년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마지막으로 쓴 글의 날짜를 확인하고 조금 놀랐다.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오면 저녁식사를 챙기고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나면 기진맥진으로 무언가를 바라볼 시간이 없다. 그냥 누워서 TV 드라마를 보며 잠들 준비를 하는 것이 그나마 휴식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바쁜 생활을 나만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다른 작가님들을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짬을 내어 글을 쓰다니 존경스럽다.
늘 생각했다. 일에 다시 적응하고 여유가 좀 생기면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자. 하지만 글쓰기를 누를 때마다 저장은 하지도 못하고 다시 홈으로 돌아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나서 일상으로 돌아올 뿐이었다. 다시 글을 쓰는 것이 꾸준히 할 수 없는 일을 성의 없이 시작만 하는 것 같아서, 내 마음대로 쓰고 싶을 때 쓰고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방치해 둘 것 같아서 왠지 어려웠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혼자서만 느끼는 책임감 같은 거다.
그래도 자꾸만 생각이 나서 글을 들춰보고 서랍을 열어보고 휴대폰 메모장에 끄적였던 짧은 글들을 고쳐보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하다. 누가 무슨 걸작을 쓰길 기대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괜한 무게를 잡고 고민하는 꼴이 꼭 나답다.
나는 무슨 일을 해도 시작이 늦는다. 이런저런 고민만 하고 잘 시작할 수 있을 때, 준비가 잘 되어있을 때 시작해야지 하면서 시간만 지나는 것이다. 하다못해 온라인으로 물건을 살 때도 필요한 것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정말로 필요한 것이 맞는지 몇 번을 생각하고 나서야 구매버튼을 누르는 내가 아닌가. 그런데 한동안 쉬고 있던 글을 다시 쓴다는 것은 오죽하겠나. 누군가는 신중해서 그렇다며 긍정적으로 말하지만 사실은 좀 답답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엄마께서 하셨던 말을 항상 가슴에 새겨두었다가 이럴 때마다 다시 꺼낸다. "하기로 했으면 너무 오래 생각하면 안 돼. 그냥 시작해야지." 엄마는 고민하고 있던 20대였던 나와 동생에게 그저 용기를 가지라고 하신 말씀이었지만 나에게는 번쩍하고 번개가 눈앞에 꽂히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를 신중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는 행동력이 부족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고 그런 상황인데 시작을 미뤄봐야 좋을 것은 없는데... 이것이 참 잘 고쳐지지 않는다.
방학이 시작되고 미뤘던 만남들을 가지고, 집 정리와 버릴 것들을 버리느라 한두 주를 보낸 후 오늘 아이들이 없는 집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오늘은 꼭 써야지 같은 다짐은 하지 않았지만 글을 써본다. 그냥 별 것 아닌 것처럼 시작한다. 소소한 것들을 사진 대신 담았던 지난 글들을 읽어보는 대신 오늘은 깨끗하게 치운 식탁에 앉아 다시 쓰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