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브런치 할래!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

by 엘레니


첫째는 엄마가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을 보인다. 정확히 말해서는 글에 ‘라이킷’이라는 것이 올라가는 데에 흥미를 느낀다.

어느 날 알림을 보고 아이가 물었다.

“엄마, 라이킷이 뭐야?”

“응~ 엄마 글을 읽은 사람들이 좋다고 해주는 거야.”

내 설명을 들은 아이는 유튜브의 ‘좋아요’ 같은 것이라고 이해한 듯하다. '구독'이라는 단어까지 화면에 보이니 더더욱 비슷해 보였을 것이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아이들도 유튜브를 좋아하고 크리에이터들이 받는 관심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도 유튜브 영상을 찍겠다며 흉내를 내는데 옆에서 보면 참 귀엽고도 웃기다. 그런데 엄마가 동영상은 아니지만 글로 그런 관심을 받는다고 하자 호기심이 생기나 보다.


그러다 얼마 전 작성한 글이 인기글에 올라 메인에 떴다. 감사하게도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여러 번의 울림에 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휴대폰 화면을 보기에 엄마 글이 인기글이 되었다며 메인 화면을 보여줬다. 아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1만 명도 더 넘게 읽었다고 하니 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더니 비장한 눈빛으로 말한다.

"엄마, 나도 브런치 할래! 나도 그거 핸드폰에 다운 받아줘!"

자기도 브런치 계정을 만들어달란다. 귀엽기도 하고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기특하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사뭇 진지한 아이의 표정을 보고 나는 자세하게 설명하기로 했다.

“여기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지원을 해야 돼. 그리고 합격을 해야 글을 쓸 수 있어.”

“그럼 엄마는 그거 합격한 거야?”

“그럼~!”

조금 도도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는 나를 보며 아이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래도 글을 쓰겠단다. 이런 기회는 꼭 잡아야 할 것 같아 아이에게 글을 잘 쓰려면 책도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책을 더 많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독서록을 더 열심히 썼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아이는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뭔가를 열심히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려운 자음과 모음의 조합에는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나에게 어떤 글자는 어떻게 쓰는 거냐고 물어보며 글쓰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자기가 쓴 글을 우리 가족 단체 채팅방에 사진과 함께 보내놓았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메모장에 사진을 넣고 글을 써넣어 나름 브런치에서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 캡처한 후 그 사진을 보냈다. 내가 그 글을 보며 칭찬하자 둘째도 하겠다며 형에게 물어보고 메모장에 글을 썼다. 둘이서 심각한 표정으로 글을 쓰는 모습과 그에 알맞은 사진을 여러 번에 걸쳐 찍으며 자기 딴에는 멋진 게시물을 완성하려고 노력했다. 비록 우리 가족만 볼 수 있는 게시물이지만 집중하는 모습이 꽤나 진지했다.


두 아이가 메모장에 작성한 글


첫째의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맞춤법은 엉망이지만 제법 비유도 흉내 내고 책에서 본 것 같은 어휘도 사용해서 짧은 글을 써냈다. 일기 같은 글이기는 하지만 꽤나 다양한 어휘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쓰는 데에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둘째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흥미가 있는가 보다. 카메라에 전등 빛이 들어와 어쩌다 찍힌 파란 점을 보고도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 놀랍기도 하다. 내용은 말도 안 되지만 이렇게 상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아닐까.

글을 보고 두 아이에게 칭찬을 해줬다. 일부러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들으란 듯이 자랑도 했다. 더 써보라고 은근슬쩍 권유도 해봐야겠다. 혹시 아는가. 이것이 이 아이들의 첫 번째 습작이 되고 나중에 유명한 작가가 될지. (고슴도치 엄마의 주책이다 생각하고 웃어 넘겨주시길 바란다.)




나를 따라 글을 쓰는 두 아이의 모습이 육아에 있어서 가장 기본인 말을 상기시켰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 부모가 수백 번 말로 가르쳐도 아이들은 들은 것을 배우기보다 부모의 행동을 보고 더 빨리, 더 많이 배운다.

아이는 내가 노트북 앞에서 혹은 펜이나 휴대폰을 들고 고민하는 표정을, 그리고 글을 써 내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따라 자기도 한 번 시도해 보았다. 누가 일기를 쓰라고 한 것도, 글짓기를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눈을 반짝거리며 글을 지어냈다. 분명 아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첫째가 내 옆에 와서 가만히 물었다. 아이가 그런 질문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나는 조금 놀랐다.

"엄마, 엄마는 글 쓰는 게 좋아?"

"응. 엄마는 글 쓰는 거 좋아해."

"그래. 나는 좀 별로 안 좋던데..."

"왜? 글 잘 쓰던데. 엄마가 자랑도 했잖아."

"그래? 잘 썼어?"

"응~!"

"음.. 나도 글 쓰는 거 좋기는 해."

이쯤 되니 내가 아이에게 강요하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 싶었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근데 일호야~ 네가 좋아하는 것도 있잖아. 축구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네가 좋아하는 것도 생각해 봐."

"그치. 나는 축구도 좋아하고, 색칠하는 거 좋아하지."


이 대화를 나누며 생각했다. 아이에게 엄마가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것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단순히 아이가 그것을 따라 하게 만드는 것 이상일 수 있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생기기를 바라고,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좋아한다고 생각되는 일이 생기면 엄마가 열중했던 모습과 작은 성취들에 기뻐하던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하여 자신도 그 안에서 무엇을 이루어나갈지 생각하고 몰두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은 엄마가 직장에서 집으로 싸가지고 온 일감을 끝내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과는 분명 다른 느낌일 것이다. 외부로부터 부여받아서 해야만 하는 숙제를 하는 것과 자신이 스스로의 동기를 찾아내어 능동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것은 타인이 보아도 분명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아이도 그것을 느꼈으니 나에게 질문을 했을 것이다. 엄마는 글 쓰는 게 좋으냐고.


아이 옆에서 고민하고 글을, 좋은 글을 많이 써야겠다. 좋아하는 일은 몰두할 수 있으며, 꾸준히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가 직접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물론 아이들이 느끼는 바가 내 생각과는 다를 수 있지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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