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싱가포르의 Hari Raya Haji, 말레이계 이슬람 신자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명절이다.
이 명절은 이슬람교에서 아브라함(이브라힘)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자신의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이야기를 기념하는 날이다. 이슬람 전승에 따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순종을 시험한 뒤 그의 아들을 구해내고 대신 희생 동물을 바치게 했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다. 중화계, 말레이계, 인도계, 서양계가 서로의 전통을 존중하며 살아간다. 다양한 문화가 일상에 녹아 있는 이곳에서는 명절 역시 함께 기억되고, 함께 기념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종종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문득, 상하이에 살던 시절 겪었던 한 사건이 떠오른다.
어느 날, 아파트 건물 입구가 소란스러워 밖으로 나가보니, 공안과 경비실 직원이 출동해 있었다. 로비 한가운데, 한 이슬람 남성이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희미하게 검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 자국을 따라 바닥을 훑고 있었다.
그는 전날 저녁 외식을 마친 뒤,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도살된 양을 집으로 옮기려 했다고 했다. 하지만 힘이 부족해 차량에서 양을 들고 올 수는 없었고, 결국 주차장에서부터 질질 끌고 아파트 현관까지 가져왔다고 했다. 그 흔적이 로비까지 이어진 핏자국이었다.
내가 봤을 때 바닥은 이미 새카맣게 말라 있었고, 양의 크기도 상당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정말 기절초풍할 일이었을 것이다. 공안은 해당 집까지 들어가 확인한 끝에, 다행히도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래도록 그 장면을 떠올렸다.
핏자국 하나에도 문화가 있고, 신앙이 있고, 누군가의 삶이 있다는 것을.
사람은 어디서 살든지, 자신이 속한 민족의 생활방식과 신앙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그 믿음과 방식이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다르지만, 그 역시 삶의 한 방식이다.
지금 싱가포르에서는 많은 가정에서 희생 제물을 준비하고, 기도를 올리고, 가족과의 만남을 기념하며 Hari Raya Haji를 보내고 있다. 나는 이 다채로운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름을 함께 살아내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존중이자 사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