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사이엔 ‘주임’이라 불리는 엄마가 있었다. 한국식으로 치자면 학교의 원내 과장쯤 되는 위치였지만, 실상 그녀에겐 어떤 공식 직책도 없었다. 그런데 왜 모두가 그녀를 그렇게 불렀을까?
그녀는 학교 선생님들과 부침성 좋게 어울렸고, 어느 순간부터는 선생님들이 그녀가 제공하는 외부 사무실 공간에서 방과후 수업까지 맡게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 주위로는 항상 엄마들이 북적였고, 정보와 기회를 좇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 건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예전엔 호텔과 식당을 운영했고, 그 과정에서 적잖은 부패와 잡음도 있었단다. 어쩐지 그녀의 거주지도 늘 베일에 싸여 있었고, 말이 많은 사람일수록 입은 닫고 있는 것이 낫다는 걸 그때야 실감했다.
한 번은 그녀의 아이들이 내 소개로 싱가포르 수학 선생님에게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학비가 밀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약한 선생님은 몇 달 치 밀린 돈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었고, 결국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소개자라는 이유로 나는 수십 번의 메시지를 보내고, 며칠에 걸쳐 그녀를 조심스레 설득해 결국 선생님은 수업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후로 학교 선생님 한 분이 퇴직을 앞두고 해고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주임 엄마는 그 선생님의 자녀가 유학 갈 때 서류 보증 같은 걸 해주었고, 그 인연으로 선생님이 오랫동안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단다.
우리가 싱가포르로 이사 오기 전, 그녀도 아이들 퇴학 수속을 밟고 시골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후 몇 번 나에게 전화가 왔지만, 나도 바쁜 나날에 치여 긴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그녀와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문득문득 떠오르는 얼굴이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