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가 중요한가?
큰딸은 싱가포르에서 바이올린 영재반에 속해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과목이 뒤처졌던 건 아니다. 수학과 과학에서도 우수했고, 영어 문학과 역사에까지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해마다 싱가포르 상위 10%에게만 주어지는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받은 적성 검사 결과는 내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직업이 ‘판사’나 ‘검사’라는 것이다. 나는 한국의 계엄 시절을 지켜본 세대로서, 판검사라는 직업에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절대음감을 가진 이 아이는, 엄마의 닥달로 인해 음악 천재가 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과연 그것이 거짓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진실의 단면이었을까. 지금도 마음 한구석이 혼란스럽다.
사실 처음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시작하게 한 건, 단지 내가 바랐던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인생의 무게를 덜어내는 나름의 해방구를 갖기를 바랐다. 음악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방향을 바꾸고 있었던 걸까? 내 바람이, 어느새 성취라는 이름의 굴레로 변해버린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