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나는 여성들과의 소통보다 남성들과의 대화가 훨씬 수월하다. 전생에 아마 남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첫인상은 다소 차가워 보이고, 카리스마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일까? 절친한 여자 친구는 여섯 명을 넘지 않지만, ‘남사친’은 제법 많다.
그 중 한 명은 남편의 오래된 친구였다. 처음엔 일 때문에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어느새 그와는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 부분을 읽으며 독자들 오해가 없기를 순수 남자대 남자의 사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그 친구는 딩크족이다. 아내는 간섭이 심하고, 그 때문에 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놓는다. 그럴 때면 나는 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이가 없으니까, 그 보살핌이 전부 당신에게 쏟아지는 거예요. 여자는 다 그래요. 그걸 그냥 사랑이라 생각하세요.”
그런 말 한마디가, 그 친구의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는 듯했다.
십여 년 전, 남편이 미국계 회사에 다닐 때였다. 가끔 외국에서 온 출장자들과 어울려 새벽까지 맥주를 마시고 들어오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직원들 부인들이 식사 자리에서 계속 당신은 어디 있냐고 묻더라.”
나는 그 얘기를 듣고도 웃기만 했다. 사실 한 번도 남편에게 전화해본 적이 없다. 왜? 작정하고 외도를 하려면, 방법은 수백 가지다. 그런 걸 탐지하는 데 에너지를 쏟느니, 나는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겠다.
그래서일까. 나는 지금도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이 생기면, 조용히 짐 싸서 나가. 굳이 설명 안 해도 돼.”
사람에게는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다. 숨이 막히는 관계 속에서, 누구든 출구를 찾게 마련이다. 나도, 그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