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부의 부고 소식
나는 어린 시절부터 종종 이상한 꿈을 꾸곤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들은 모두 예지몽이었다. 하지만 그땐 너무 어렸기에, 그 꿈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겨울, 대학 2학년이었을 무렵, 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꿈을 꾸었다. 삼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날의 장면은 눈을 감는 순간마다 또렷이 떠오른다.
그 꿈은 마치 한 편의 느린 흑백 드라마 같았다.
차가운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던 겨울날, 외삼촌이 상복을 입고 이모부의 영정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뒤로는 관을 든 남자들이 상복 차림으로 조용히 따르고 있었고, 바람은 너무 매서워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기도 전에 얼어붙었다. 눈발 사이로 흘러내리던 슬픔은 세상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듯했고, 아기는 행복처럼 고요하고도 순수한 눈빛으로 이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도 생생한 꿈이었다. 눈을 뜨자 가슴이 짓눌리는 듯했고, 숨이 턱 막혀 강의실로 향할 수조차 없었다. 마치 실제로 이별을 겪은 듯한 허무함과 슬픔이 온몸을 감쌌다.
결국 병가를 내고 의무실로 향하던 그때, 기숙사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으려 애쓰는 듯 들렸다.
“이모부가 돌아가셨단다. 학교에 이틀 휴가를 신청하고 고향으로 내려오렴…”
전화를 끊고도 한참 동안 나는 움직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손끝이 시릴 만큼 차가워진 수화기의 감촉만이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모부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전, 꿈속에서 그토록 선명하게 마주했던 장면이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섬뜩하기도 했고, 왠지 모르게 숙연하기도 했다.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겨울 풍경은 꿈속 배경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회색빛 하늘과 바람에 쓸려가는 눈송이,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한 장례식장의 묵직한 침묵. 나는 마치 꿈과 현실 사이 어딘가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
장례식장은 꿈에서 본 그대로였다. 상복을 입은 외삼촌, 침묵 속에서 고개를 숙인 친척들, 그리고 영정 속 이모부의 환한 얼굴.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모든 것이 이미 내 안에서 예고되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이모부의 죽음을 기점으로 나는 꿈이라는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것이 단순한 잠재의식의 파편이 아니라, 때로는 삶의 흐름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메아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교감, 혹은 내면 깊은 곳에서 울리는 미래의 속삭임.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꿈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단순한 잠의 산물이 아닌, 삶의 어떤 경계에서 피어나는 작은 신호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신호들을, 잊지 않기 위해 조용히 기록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