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로 가는 길
2004년 봄의 어느 새벽,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너무나 선명해서 깨어나자마자 그 풍경을 기억 속에 붙잡고 그림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분명 가본 적 없는 길, 한 번도 본 적 없는 곳.
그런데도 나는 꿈속에서 그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내 눈을 빌려 미리 보여준 것처럼.
회색빛 새벽하늘 아래, 500미터 전방에 사거리가 나타나고 그 길을 지나 비탈을 타고 오르자 소박하지만 정갈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실이 아니라고 믿기엔 너무 생생했다. 공기, 냄새, 차창에 스치는 바람까지도.
이튿날아침, 남편과 나는 한국의 한 지인의 요청으로 강원도 원주로 향하게 되었다. 홍교공항을 거쳐 김포공항에 도착한 우리를 마중 나온 이는 오래된 지인 ‘조 대표’였다.
조심스럽지만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그의 차량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그때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제 너무 선명한 꿈을 꿨어요. 신기해서 그림을 그려봤거든요.”
나는 그 종이를 조수석 앞 해볓가림대 위에 끼여놓았다. 꿈에서 본 그 길, 사거리, 비탈길, 건물…
그림 속엔 내가 느낀 기이한 낯섦과 친숙함이 함께 묻어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강원도 원주 경내에 도착했고 조 대표는 운전대를 잡은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한 마디를 건넸다.
“지로 씨… 이거 너무 신기합니다.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 그리고 그 건물, 거의 똑같아요. 혹시, 예전에 원주에 다녀가신 적 있으세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니요, 단 한 번도. 그 길을 알 리가 없었다.
나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꿈과 똑같은 풍경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었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정교하고,
운명이라 하기엔 너무 이른 설명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의 무의식이 건네는 메시지들은 때때로 시간을 앞지르기도 한다는 것을.
그림 한 장 속에 담긴 예지의 조각들이 현실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원주로 가는 그 길,
그 건물 앞에 다다랐을 때
나는 눈을 감고 다시 생각했다.
우리가 꾸는 꿈은,
어쩌면 이미 지나간 미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