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사 맞은편은 지금은 평화로운 공원이다. 도시의 중심 한가운데,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산책을 하고, 노인들은 나무 그늘 아래서 바둑을 두며 오후를 보낸다. 그러나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외국인 공동묘지였다.
상하이에 처음 정착했을 무렵, 나는 운명처럼 도시의 뒷면을 알게 되었다. 정부 기관에서 록화(綠化, 도시 녹지화)를 담당하던 아는 언니 덕분이었다. 그녀는 상하이의 숨겨진 역사에 정통했고, 나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안사 공원이 과거 어떤 장소였는지, 나는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공원과 정면으로 마주한 빌딩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아폴로 빌딩'. 한때는 LG가 거의 전체를 임대했던 사무실 건물이다. 그런데 그 빌딩에 얽힌 괴담이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멈추거나, 아무도 없는 층에서 문이 열리는 일이 종종 있었단다. 알고 나니 괜히 섬뜩했다. 괜찮게 지나치던 건물과 공원이 괜스레 기피 대상이 되었다.
그럴 만도 했다. 공원의 일부분은 오래전 화장장이었고, 교회와 묘지가 어우러진 복합 공간이었다. 1898년, 외국인 전용 묘지로 6,214기의 묘지를 계획했지만, 1943년까지 실제로 사용된 건 5,363기였다고 한다. 이후 더는 확장할 수 없어 시 외곽으로 옮겨졌고, 잊힌 공간은 공원이 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받게 되었다.
한편, 이곳에는 대한제국 시절의 독립운동가도 일부 안장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렇듯, 지금의 조용한 녹지 뒤에는 수많은 삶과 죽음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다.
상하이의 지도 한가운데, 현재 시 정부청사가 있는 0좌표 지점에서 멀지 않은 이 자리. 그 중심의 공간에 묻힌 이야기들은, 내가 부동산 프로젝트를 하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부동산이 내게 알려준 건 단순한 땅의 값이 아니었다. 과거와 현재, 도시의 결을 읽는 눈을 준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의 내가 되었다.
과거 위에 지어진 미래를 품은 도시 상하이. 그 역사와 괴담, 사람들의 숨결이 뒤엉킨 이곳에서, 나의 이야기 또한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