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엔 천사 같은 여인이 있었다.
항상 웃음을 머금고 다니며, 여유로운 태도로 선생님을 도와주고, 학부모 모임에서는 중심이 되어 움직였다. 인품이 넉넉해 보였고, 그녀 곁엔 늘 사람이 모였다.
어느 날, 큰아이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식사를 함께한 일이 있었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신나게 뛰놀고, 어른들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 자리에 ‘천사 같은 그녀와 그의 아이는 없었다.
친구 엄마는 평소 소소한 일상을 SNS에 자주 올렸고, 그날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짧은 영상으로 올라왔다.
며칠 후, 천사 같은 그녀가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지로 씨, 혹시 그 집에 다녀온 적 있으시죠? 마당이 아주 크던가요?”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글쎄요, 그냥... 적당했어요.”
그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에는, 그 웃음의 의미를 몰랐다.
내가 그녀의 본모습을 보게 된 건, 그로부터 얼마 후였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수천억대 자산을 가진 집안의 장녀였다. 그녀는 평범함을 가장한 단아한 사람이었고, 사람을 쉽게 믿는 성품을 가졌다. 어느 날, 아침 커피를 함께 마시던 자리에서 그녀가 조심스레 계약서를 내밀었다.
“언니, 이거 좀 봐줄래?”
천사 같던 그 여인과 공동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데, 자금은 전부 내 친구가 대고, 그쪽은 설계와 기술을 맡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여인이 51%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사실상 친구가 모든 금전을 감당하는데도, 시작부터 상대는 강압적이었다. 하지만 친구는 "그래도 사람을 믿어야지"라며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사업은 출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계를 맡겠다던 그 여인 측은 직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은 모두 하청업체에 넘겼다. 심지어 회사 돈까지 건드리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고, 내 친구는 5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다. 관계도, 신뢰도, 그리고 마음도 무너졌다.
그 후로 가끔 친구와 통화를 하다 보면, 그녀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그렇게 환하게 웃던 사람이…”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말, 그땐 진심으로 와닿았다.
천사의 얼굴 뒤에, 악마의 눈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