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붓을 들었다.
아이가 완성해가고 있는 그림에 조금이나마 영감을 보태고 싶어서였다.
그림은 이미 잘 그려지고 있었다. 90점은 충분히 넘길 만한 작품.
하지만 어딘가 아쉬웠다.
그건 바로 눈썹이었다.
미래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손을 맞잡고 있는 장면.
시간을 건너 만나는 두 자아, 그 깊고 묵직한 의미를 담은 그림 속에서
표정은 중심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결정짓는 건
눈도, 입도 아닌
눈썹이었다.
"눈썹 하나로 사람의 인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내 말에 둘째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아이는 알고 있었다.
그림이 담아야 할 의미를.
그 의미를 어떻게 손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눈썹의 각도, 눈의 깊이, 입술의 굳힘, 그리고 손끝의 온기까지.
작가는 이미 자기 세계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저 붓을 든 채, 그 세계에 조용히 닿아본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