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는 꿈에게

by 지로 Giro


2019년, 상하이에 머물던 어느 날.

친구와 아이의 진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조심스럽게 방향을 제시했지만,

그 친구는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의 통화 끝에

나는 삶이란 누구에게나 버겁고,

선택의 순간은 늘 두렵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의 큰아들은 한때 공부를 잘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흔들리면서

이중언어 학교에서 공립학교로 옮겨야 했고,

그 변화는 아이의 내면을 깊이 뒤흔들었다.


지금은 책과 멀어졌고,

의사는 우울증 초기 증상을 이야기했다.


중국에서는 호적이 없는 도시에서 대학에 진학하기도 쉽지 않다.

대학에 가더라도,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치열하게 공부해도

불확실한 직장 앞에서 다시 막막해지는 현실.

친구는 그때 왜 결단하지 못했는지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그 아이를 떠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싱가포르 유학을 제안했다.


NAFA 예술학교는 2021년부터 영국예술대학교(UAL)와 제휴를 맺어

싱가포르에서 영국 학위를 받을 수 있다.

Visual Arts 전공 졸업자들은 실제로 다양한 진로를 찾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가 정해준 길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길로

그 아이가 다시 걸어가기를 바란다.


조금 늦게 피는 꿈이라 해도

결코 틀린 길은 아니다.

다만 용기와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