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아이와 나란히 자라며

by 지로 Giro


세상은 자꾸만 속도를 재촉한다. 명문대 간판, 완벽한 스펙, 누구보다 앞서가는 전문가형 엄마를 요구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이 세상에 진짜 필요한 엄마는, 아이 옆에 조용히 앉아 하루하루를 함께 건너는 사람이라고. 정답을 아는 엄마가 아니라, 함께 질문하고 함께 고민하는, 마음 가까운 엄마 말이다.


아이의 성장은 놀랍도록 섬세하다. 매일 비슷한 대화를 나누는 듯해도, 그 안에는 조금씩 깊어지는 눈빛과 더 진지해지는 질문들이 숨어 있다. 아이의 말 속엔 자라는 마음이 담겨 있고, 나의 대답에도 점점 더 진심이 스며든다.


오늘 아침, 큰아이와 오랜만에 길게 대화를 나눴다. 생물학과 화학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물었다. “꼭 의사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너만의 길이 있어.” 바이오 제약을 연구하고, 나아가 MBA 과정을 밟아 의약품과 관련된 국제 투자 분야에 도전하는 길도 흥미롭고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다고. 아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가능성은 언제나 말의 온도에서 시작된다는 걸, 나는 다시 한 번 느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언어로 이어졌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수준을 더 높이고 싶다는 아이에게 말했다. “지금은 AI 번역기가 다 해주는 세상이지만, 언어는 단어만이 아니라 마음을 읽는 일이야. 그 나라의 문화, 정서,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으면 결국 껍데기뿐이거든.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의 일이니까.”


나는 알고 있다.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것은, 모든 답을 알려주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그저 언제나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흔들리지 않는 따뜻함.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와 나란히 선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눈높이를 맞추며, 같은 속도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도 아이 덕분에 조금씩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