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마치 오래된 책 한 권 같았다.
겉은 조용하고 단정했지만
장을 넘길수록 마음을 어지럽히는 문장들로 가득했다.
나는 처음엔 그저 우연히 펼쳤을 뿐이었다.
대합실의 시간처럼, 잠깐 스쳐 지나갈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었고
문장 사이에 숨은 당신의 온도를 읽게 되었다.
당신은 내 삶에 예고 없이 스며들었다.
서가 속에서 나를 기다리던 운명처럼,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당신을 만났고
그 만남은 내 마음에 조용히 불을 지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알게 되었다.
당신이 얼마나 깊고 단단한 사람인지.
그 따뜻한 문장, 날카로운 사유,
그리고 불쑥 튀어나오는 유머마저
나는 모두 사랑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된 사실 하나.
책은 읽는 이의 마음을 품어주고,
사랑은 그 품에 머무는 용기를 주는 일이다.
나는 당신이라는 이야기 안에
언젠가 접어둔 나의 감정들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다.
비록 우리의 마지막 장이
어떻게 쓰일지는 모르지만
당신은 내 인생의 한 챕터,
아니, 단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다시 돌아보고 싶을 때
늘 꺼내어 읽을 수 있는 이야기.
가슴에 오래 남는 문장,
마음속 한 줄 밑줄 그은 그 사람.
당신은 나의 책이었다.
뜻밖의 발견이자, 평생의 애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