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by 지로 Giro

당신은 내 삶에

한 줄기 빛처럼 도착했지

무너진 계절을 일으키고

침묵하던 나를 다시 걷게 했어


그 순간 나는 믿었어

우리는 끝까지 함께할 거라고

이 길의 마지막 장면에도

당신이 서 있을 거라고


하지만 삶은

약속 없는 여정이었고

어느 날 당신은

말없이 정류장에 멈춰 섰지


나는 묻지 않았어

왜 여기서 내려야 하느냐고

다만

그동안의 따스함에 고개를 숙였지

"고마웠어요, 함께여서"


우리는 모두

장거리 버스의 나그네

한 사람의 풍경이 되어주고

때 되면 조용히 사라지는 인연


붙잡으면 상처만 남고

억지로 앉으면

버스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기에


나는 지금도 달리는 중

당신이 남기고 간 온기를 안고

다음 정류장, 또 그다음까지

혼자이지만, 텅 빈 건 아니야


언젠가 또 누군가 타겠지

그때까지는

이 길 위의 바람과 햇살을 벗 삼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나는 나의 여정을 계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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