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눈감고도 믿었지요
길은 저절로 열리고
배는 다리 밑을 헤엄쳐 지나갈 거라고
하지만 어른이 되어보니 알게 됩니다
고요한 얼굴 속엔
조용한 전투와
묵묵한 예비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미리 준비한다는 건
불안이 아니라
오늘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배려, 작은 우산 하나
“너무 일찍 걱정하지 마”라는
타인의 말보다
길을 잃은 경험이
‘준비가 없었다’는
그 말이 더 크게 와닿습니다
지도 같은 계획,
등불 같은 예비,
사람 사이의 온도,
위기의 틈 하나하나까지
모두 지나쳐 보이지만
그 안에 우리가 살아 있지요
우산은
비 오는 날이 아니라
맑은 날 접어두는 법
폭우가 몰아쳐도
당신의 마음 하나는
젖지 않게
오늘의 작은 준비가
내일의 나를 안아줍니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나를 단단히 지켜줍니다
진짜 어른이라면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미리 준비할 줄 아는 자
그리하여
비 오는 날에도
흔들림 없이 걸어갑니다.
어릴적 외할머니댁에서 맛있게 읽어버린 자두를 보며 그네에서 입을 "하" 하고 벌릴때 자두 한알이 딱 입에 떨어져 들어가는걸 많이 상상했습니다.지금 생각하면 나는 엉뚱한 공상가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