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는 "사람은 태어날 때 본래 착하다"고 배웠다.
그 문장은 마치 봄날 창문을 열어 둘 때처럼 순하고 믿음직했다.
하지만 계절은 바뀌고, 우리는 자라났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선함은 있었지만, 그 이면에 숨은 날카로운 악도 있었다.
누군가는 마음의 장막을 조용히 걷어내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그 장막 뒤에 생존이라는 이름의 칼을 숨긴다.
그가 악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우리가 선하다고 믿었던 어떤 이는
언제든 그 선을 탈피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연기를 걷어내기도 한다.
사람은 얼굴에 자신을 쓰지 않는다.
진짜 본성은 선택의 순간에 드러난다.
권력을 쥐었을 때, 이익을 앞에 두었을 때,
그리고 배신을 당했을 때,
누군가는 변하고, 누군가는 돌아서며,
또 다른 누군가는 침묵 속에 자리를 지킨다.
어쩌면 그는 나빠진 게 아니라,
더 이상 착한 척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수많은 얼굴을 본다.
평소에는 공손하고 다정하지만,
상황이 불리해지면 차디차게 돌아서는 사람.
반대로 언제나 말없이 지내다,
결정적인 순간 용기를 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진심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선택’ 안에 숨어 있다.
착함은, 아직 세상의 상처를 덜 경험했기 때문이고
냉정함은, 이미 많은 것을 견뎌낸 흔적이며
침묵은, 언쟁으로는 진심을 얻을 수 없다는
쓴 깨달음의 결과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사람의 본성이 과연 선한가, 악한가.
그 질문은 결국,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일 뿐이다.
어떤 이의 거울은 빛을 담고,
또 다른 이의 거울은 그림자를 품는다.
그러니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겉모습에 속지 말 것.
한 순간의 선함이나 악함으로
자신을 정의하지 말 것.
진정으로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의 복잡함을 알아차리고도
여전히 마음 한켠에 빛을 품기로 결심하는 일이다.
어둠 속에서도 등불 하나를 꺼뜨리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할
‘사람다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