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엔 아침 햇살이 번지고 있었다.
도시는 언제나처럼 바쁘게 움직였고, 사람들은 누군가의 타임라인 속 웃음처럼 분주했다.
윤진은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 화면 속 숫자들이 반짝이듯 움직였지만, 그녀의 시선은 한참 전부터 멈춰 있었다. SNS 피드엔 누군가의 해외 출장 사진, 누군가의 책 출간 소식, 또 다른 누군가의 ‘완판’ 인증이 가득했다. 화려하고 빠르고 성공적인—세상은 언제부턴가 그런 것들만을 응원하게 된 듯했다.
“요즘도 글 써요?”
낯익은 목소리에 윤진은 고개를 들었다. 대학교 시절 동기, 선우였다. 예전엔 시를 썼고, 지금은 유명 브랜드의 마케팅 기획자로 산다고 했다. 선우의 셔츠는 반듯했고, 손목시계는 빛났고, 말끝마다 숫자들이 따라붙었다.
“요즘은 그냥, 좀 쉬고 있어.”
윤진은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매일 밤 한 줄씩 썼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없이, 그저 자신의 호흡을 놓치지 않기 위해.
“쉬면 안 되지. 요즘은 멈추는 사람이 손해야. 유튜브라도 시작해봐. 보여지는 게 중요하잖아, 요즘은.”
선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덧붙였다.
“내가 아는 작가 한 명도, 글보다 영상으로 먼저 이름 알렸어.”
윤진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세상은 지금 ‘보여지는 삶’의 전성기였다. 마치 진열대에 올라야만 존재를 인정받는 물건처럼, 사람들도 자신을 꾸며 올리고 또 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진짜 중요한 건 ‘빛나는 껍질’이 아니라,
그 껍질을 벗은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속’일지도 모른다고.
밤이 되었다. 윤진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았다.
화면 속 숫자가 ‘0’이라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갔다.
“진짜 성공은, 누굴 이기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 미소 지을 수 있는 것.”
이 문장을 마지막으로 쓰자, 마음이 잔잔해졌다.
세상이 원한 정답이 아닌,
스스로 찾은 문장의 끝에서
그녀는 고요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