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었다
누군가의 우산 아래
잠시 피신했던 기억이 난다.
따뜻했지만,
그늘 아래 오래 머물 순 없었다.
세상은
맑기만 하지 않았고
어른의 길은
생각보다 더 고요한 전쟁터였다.
어릴 적
부모의 손은 하늘을 받쳐주었고
선생님의 말은 길을 밝혀주었지만
이젠
넘어진 자리에서
내가 나를 일으켜야 했다.
눈물이 나도
달래줄 사람은 없었고
도움을 청해도
대답 없는 적막뿐이었다.
그래서 배웠다.
비를 탓하지 않고
우산을 찾는 법을.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우산을 드는 법을.
누군가는 햇살 속에
그늘을 내어주지만
비가 내리면
그 우산을 거두고 떠난다.
영원한 그늘은 없다,
오직 내 손에 쥔 우산만이
끝까지 나를 지켜준다.
비바람 몰아쳐도
우산 하나 제대로 든 사람은
당당히 걸어간다.
내 삶은
남의 우산 아래 피할 수 없는 것,
내가 들고
내가 지켜야 할
하루하루의 전장이다.
스스로 드는 우산,
그것이 바로
평생 마음이 젖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