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빛이 나에게 돌아올 때

by 지로 Giro


어느 날이었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오후,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익숙한 냄비 뚜껑의 끓는 소리,

창밖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웃음소리 속에서

문득, 내가 투명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날은 이유 없이 허전했다.

아침부터 아이들을 챙기고, 마트를 다녀오고, 쓸고 닦고,

누군가를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지만

정작 내 하루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그저 하루를 ‘지나가고’ 있을 뿐인 것 같았다.


그러다 저녁 무렵,

딸아이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질서정연하게 깨알같은 글씨로 적힌,

“오늘 엄마가 웃어줘서 나도 행복했어.”라는 문장.


나는 그 문장 앞에서 무너졌다.

눈물은 뚝뚝 떨어지고, 손끝은 떨렸다.

그 짧은 문장 속에,

내가 건넨 작은 온기가 되돌아온 것이 느껴졌다.


빛은 원을 그리며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누구에게 건넨 미소,

내가 내민 손,

내가 참아낸 인내가

언젠가 돌고 돌아,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안아줄 때가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저 지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건넨 그 사소한 하루가

누군가의 고요한 밤을 밝히는 등불이 되었음을,

나는 그 아이의 손글씨에서 알았다.


세상은 그렇게 이어진다.

빛이 되어 떠난 마음이,

다시 나를 찾아오는 날이 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빛이 되기를 조용히 기도한다.

반짝이지 않아도 좋다.

작고 따뜻한, 그런 빛이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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