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아무 말 없이 흐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바위에 부딪히며 깎인 마음들이 숨어 있다.
사랑이란 말을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워진다.
예전엔 눈빛 하나로, 웃음소리 하나로 시작되던 감정이
지금은 조건표를 넘기듯
수익과 손해를 먼저 따져본다.
사랑은 계약이 아니라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린 사람을 떠올리면
그 말은 자꾸 희미해진다.
몸을 기댄다는 건 마음을 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기댄 자리는 상처만 남는다.
그래서 요즘은 혼자가 편하다고 말한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들고,
비행기를 혼자 타고 먼 도시를 걷는다.
누구의 말투에도 휘청이지 않고,
누구의 침묵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조심스러워졌다.
사랑을 주는 일도, 받는 일도.
한 번 쓰다듬었던 자리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러니 이제는
섣부르게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먼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어설픈 연애보다
단단한 고요가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나이가 되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사랑 없이도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그리고 아주 가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싶다고
조용히, 나지막이 속삭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