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가장 위대하게

by 지로 Giro


가끔 그런 상상을 해본다.

100년 뒤, 나는 어떤 얼굴로 기억될까.

내가 남긴 말, 내가 남긴 선택, 내가 감춘 슬픔과 이겨낸 고통들이

후손의 마음에 어떤 그림자로, 혹은 빛으로 남을까.


예전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늘을 버티는 것도 벅찼으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고, 아이들을 키우고,

어느덧 '나는 어른이다'라고 말하게 된 후부터

나는 점점 과거보다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

기차역애서 한평생 역전직원으로 계시던 아버지.

어떤 상도 받지 않았고,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은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누구보다 정직하고 조용하게 빛났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수천 장의 증명서를 들이대지 않아도

한 사람의 삶이 그 자체로 믿음이 되는 사람.


최근에 김장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백 년의 세월을 정직하게 살아낸 한 사람의 무게.

그는 어떤 찬사보다도, ‘평범하게 잘 살았다’는 말을 유산으로 남겼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나도 그런 어른이고 싶다.

누구보다 많이 가지지 않아도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지 않아도

‘저 사람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어’

‘한 아이의 부모로서, 한 직장인으로서 진심이었어’

그런 말 하나면, 족하다.


나의 이름이 곧 책임이 되는 날들.

오늘도 나는 아주 작은 성실을 쌓는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100년 뒤의 누군가에게는 가만히 마음을 감싸는 기억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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