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머물다 간 자리
살다 보면,
너무 잘하는 것도 병이 된다.
기꺼이 짊어졌던 짐이,
뒤늦게 허리를 휘게 만든다.
아무도 듣지 않는 하소연은
점점 목 안에서 굳어간다.
그래서 나는,
건강을 1순위로 두기로 했다.
못 하게 막히는 일들이 있다.
그건, 어쩌면 하늘이 건네는 보호막.
얻음이 복이 아닐 수 있고,
잃음이 화가 아닐 수 있다.
인연이 다하면,
잡아도 손끝에서 흩어진다.
해가 지면 달이 오고,
달이 지면 해가 온다.
어제의 해는 오늘을 덮어주지 못하고,
내일의 비는 오늘을 적시지 못한다.
모든 것은 제때 온다.
나는 다만,
부서지고 치유되는 일을
같은 자리에서 반복할 뿐이다.
아픔은 신호다.
몸과 마음을 돌아보라는
조용한 경고.
병이 있어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으면
길은 계속 이어진다.
잘못 고른 길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다른 선택을 할 만큼
똑똑하지도 담대하지도 않았다.
그 길마저 나였으니,
이제는 미화하지 않는다.
불리한 날은 말하지 않는다.
가만히 책장을 넘기고,
사람을, 계절을,
그대로 흘려보낸다.
허락하는 것도
견디는 힘이다.
결국, 우리는 사라진다.
금도, 사랑도, 미움도,
한 줌 흙이 된다.
삼만 날 남짓,
그 안에서 숨 쉬는 동안만
손을 잡을 수 있다.
결혼도,
하나의 긴 수련일 뿐.
변하게 하려다 다친 손을
이제는 내려놓는다.
나를 놓아주는 일이,
곧 나를 살린다.
살아 있을 때도
지켜보는 이는 몇 없고,
죽은 뒤에는 더 없다.
아파서 힘든 게 아니라,
그 아픔을 바라보는
내 눈이 힘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