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질긴 끈

by 지로 Giro

엄마는 늘 나를 칭찬했다.

“너는 참 똑똑해. 네 딸들도 그렇고. 우리 집안 복이지.”


그 말은 언제나 부드럽고 따뜻한 색으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나는 그 안쪽에서 묘한 냉기를 느꼈다.

마치 능력 있는 네가 감당하렴, 하는 오래된 명령 같았다.

엄마의 말은 칭찬이 아니라 미끼였고, 그 뒤를 이어 던져지는 한 마디가 늘 나를 옭아맸다.


“그러니까 네 언니 좀 도와줘야지.”


나는 오래전부터 혼자 견디는 법을 배워야 했다.

딸로서, 동생으로서, 엄마의 기대를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준 용돈은 마치 작은 강처럼 엄마 손을 거쳐 흘렀고, 언니의 무너진 일상에 스며들었다.

심지어 언니의 아이 학원비, 언니네 보증금까지—언제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처음에는 마음 한쪽에서 죄책감이 밀려왔다.

나는 가진 것이 많고, 언니는 부족하다는 말.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따질 새도 없이 나는 그 감정에 눌려 자발적으로 내어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했다.

내가 준 돈을 엄마가 '모았다가' 언니에게 전해주는 방식.

그 모든 과정에서 나는 지워져 있었다.

언니는 “고마워” 한 마디 없이 받았고, 엄마는 "너야 괜찮잖아"라는 눈빛으로 나를 다독였다.


다정하지만 폭력적인 말이었다.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부서졌다.

도움을 주며 미움이 자라고, 미움을 품으며 죄책감이 더해졌다.

내 감정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찢기는 오래된 천 조각 같았다.


하루는 작은 딸이 물었다.

“왜 외할머니는 이모만 도와줘?”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오래 말이 없었다.

그 아이의 눈동자에는 내가 예전 엄마를 바라보던 표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내 딸에게 상처가 유산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아이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생각했다.


나는 이 끈을 끊어야 한다.

가늘고 질기게 이어진 이 감정의 사슬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불공정과 침묵을.


엄마는 오늘도 말했다.

“너는 잘할 거야. 네 딸들도 그렇고.”


나는 웃었다.

그 웃음은 조금 멀리서 피어올랐다.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거리에서, 나는 나와 내 딸들을 지키기로 했다.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끈을, 이젠 내 손으로 풀어내기로.


하지만 씁쓸한 마음은 달랠 길 없다.

끈을 끊는 순간에도, 그 끈이 내 손목을 감고 있었던 기억은 남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내했던 날들이, 여전히 내 안에서 묵직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조용한 시간의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