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배운 삶의 속도

나는 걷는 순간 알았다.

by 지로 Giro


“엄마, 이 코스는 4시간 가까이 하이킹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힘 조절이 필요한 거예요.”

딸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평소 걷는 속도가 빠른 나였다. 무엇이든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하이킹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길은 완만했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듯 보였다. 나는 앞서 걸었고, 딸은 묵묵히 내 뒤를 따랐다. 경치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발걸음만 재촉했다.


1시간쯤 지났을 무렵, 딸이 나를 불러세웠다.

“엄마, 이 속도면 나도 힘이 빠져요. 조금 천천히 가요.”


그 순간,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나의 등 뒤로, 숨을 고르는 딸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제야 산의 냄새가, 바람의 결이,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속에서 무언가 깨달음이 울렸다.


하이킹은 어쩌면 인생의 축소판이었다.

너무 빠른 속도로 걷다 보면 숨이 차오르고, 주변 풍경을 잃는다. 너무 욕심내어 앞으로만 나아가면 함께 걷는 이의 걸음마저 놓치게 된다.


나는 걸음을 늦췄다. 딸과 나란히, 발을 맞추어 걸었다. 숨이 고르게 흐르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딸은 옆에서 가볍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제야 진정한 하이킹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도 그렇다. 달리듯 걷는 걸음은 언젠가 숨을 멎게 한다. 나를 잃고, 곁에 있는 사람을 잃게 만든다. 때로는 발걸음을 늦추어 숨을 고르고, 길가의 풀 한 포기와 하늘 한 조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딸과의 하이킹은, 나에게 인생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이제 나는 예전보다 조금 느리게, 그러나 더 깊이 걸을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풍경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숨을 돌릴 수 있으며, 결국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