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누군가의 눈을 등에 지고 걸었다
옷자락의 주름 하나,
말끝의 떨림조차
타인의 그림자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삶은 정답지가 아니다
빠르게 달려도, 느리게 걸어도
결국 발밑의 길은
내 안에서 피어나는 풀잎일 뿐
비바람은 내 어깨를 때리고
눈물은 흘러내려 내 뺨을 적시지만
그 위로 웃음을 얹는 순간
나는 알았다
내가 내 주인공이라는 것을
과거는 이미 굳은 얼음장
잡으려 하면 금이 가고
손끝에서 무너져 내린다
그러니 나는 놓는다
그리고 흘려보낸다
앞으로의 길은
아직 적혀 있지 않은 하얀 종이
나는 그 위에
느리게, 더듬으며, 그러나 분명히
내 발자국의 문장을 쓴다
나답게 산다는 건
작은 등불이 되어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를 밝히는 일
그 빛이 흔들려도, 꺼지지 않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