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카페에서의 비밀스런 시선

세상에는 원인이 없는 친절이란 없다.

by 지로 Giro


출산 후,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서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지경이었다. 결국, 단발로 잘랐지만 그마저도 귀찮아 아주 짧게 밀어버렸다. 거울 속 짧은 머리에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싱가포르의 무더위 속에서는 이 편한 커트 머리가 딱이었다.


그날도 내가 자주 가던 브런치 카페에 들렀다. 싱가포르에 온 후로 주말마다 들르는 단골 카페였다.

항상 웃으며 맞아주는 여자 매니저는 유난히 나를 잘 챙겨주곤 했다. 처음엔 서비스가 좋아서 그려러니 했다. 하지만 갈 때마다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커피 서비스해 드릴게요.”

“이거 새로 나온 디저트인데, 꼭 드셔보세요.”

작은 배려들이 이어지자, 나는 단골 고객이라 그런가 싶었다.


그날은 큰딸과 함께 브런치 하러 갔다.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데, 딸이 갑자기 내 팔을 콕 찔렀다.

“엄마, 저 아줌마가 엄마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

나는 깜짝 놀라 매니저를 쳐다봤다. 순간, 그녀가 나를 향해 살짝 윙크를 했다. 어쩐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설마… 아니겠지.”

나는 딸 앞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묘했다.


며칠 후, 다시 카페에 갔다. 매니저와 잠깐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그녀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짧은 머리가 정말 잘 어울리세요. 스타일도 멋지고요.”

그때야 깨달았다. 그녀의 배려가 단순한 서비스만은 아니었음을. 알고 보니, 그녀는 레즈비언이었다. 아마 나의 커트 머리와 분위기가 그녀의 시선을 끌었을지도.


나는 웃음이 났다. 오해였지만, 그 덕분에 내가 보지 못했던 시선을 잠깐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딸의 천진난만한 한마디 덕분에 알게 된 비밀스러운 시선. 그날 이후로 카페에 갈 때마다 매니저의 따뜻한 시선을 조금은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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