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뽀따리가 풀어지는 순간

by 지로 Giro


나는 그동안 마음속 이야기창고를 꽉 닫은 채 살아왔다. 어린 시절의 기억, 아픈 상처, 이루지 못한 꿈, 설레는 순간들까지, 그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접어 보자기에 싸듯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어딘가가 터질 것 같았다. 내 안의 무언가가 산산조각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요즘,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종이에 몇 줄 끄적이던 것이 점점 이야기가 되고, 문장이 되고, 나를 향한 진솔한 고백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오랫동안 내 안의 이야기를 너무 오랫동안 감춰두었다는 사실을.


글을 쓰며 나는 마음속 창고의 문을 조금씩 열었다. 먼지가 쌓인 기억들을 꺼내어 하나하나 마주했다. 아팠던 순간도 있었고, 웃음이 나는 장면도 있었다. 그동안 왜 이렇게 많은 것을 쌓아두고 살았는지, 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두려웠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이야기 뽀따리가 풀어지는 순간, 나는 비로소 알았다. 그 이야기들은 단순히 내 안에 버려진 쓰레기가 아니라,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었다는 것을. 그동안 나는 이야기의 무게를 두려워하며 도망쳤지만, 막상 그 이야기를 꺼내어 세상에 내보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이야기창고의 문을 걸어 잠그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짐이 아니라, 나를 풍요롭게 하고 나답게 만들어주는 힘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글을 쓰며 나는 깨닫는다. 이야기란 결국, 나를 만나고 세상과 연결되는 가장 진솔한 다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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