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그 속에서 슬픔이, 분노가, 두려움이
서서히 부풀어 오른다.
우리는 자주 그 울림을 부정한다.
없던 일처럼 지워버리려 하지만,
지워지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나의 한 조각이다.
관계는 서로의 강물이 만나는 지점이다.
내 물줄기만 끝없이 흘려보내면
강은 메말라 버린다.
상대의 물길이 흘러들어와야
바다는 열리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책망하는 일에 서툴러져야 한다.
불완전함은 흠이 아니라
빛이 새어 들어오는 틈이 된다.
돌로 남을 겨누는 대신,
꽃을 내어주는 손길이 되어야 한다.
분노는 검은 불길로 치솟지만,
그 속에서 내 목소리가 깃든다.
“나는 왜 불타오르는가?”
그 질문 앞에 정직해질 때,
불길은 등을 밝히는 등불로 바뀐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인간은 오직 자기 하늘을 위해서만 변한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림도, 강요도 아닌 ‘수용’이다.
수용은 진실을 끝까지 비추는 거울이다.
부서진 파편까지 함께 보여주며,
“이것 또한 나다”라고 말한다.
되돌릴 수 없는 강 위에서
우리는 지금의 물결을 끌어안아야 한다.
완벽은 닫힌 껍질이지만,
진실은 살아 있는 씨앗이다.
그래서 나는 불완전한 나를 껴안는다.
금이 간 항아리로도
물을 품어낼 수 있음을 믿는다.
어둠 속에서도
별빛은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