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바다처럼 손짓한다.
푸른 유혹으로 나를 끌어당기지만,
그곳에 닿으려면 먼저 단단한 땅이 되어야 한다.
흔들림이 많던 시절,
나는 매번 다른 이의 그늘 아래 숨었다.
그때는 몰랐다 —
그늘이 시원할수록, 내 뿌리는 약해진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산이 되기로 했다.
눈보라가 와도, 비가 내려도
그 자리를 지키는 산처럼 서보기로 했다.
시간은 돌처럼 굳고, 고독은 바람처럼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들었다.
내 안의 심장이 천천히 산맥을 이루는 소리를.
어제, 상하이에 사는 절친과 통화를 했다.
그의 남편은 중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뇌신경외과 의사다.
그가 말했다.
지금은 오픈AI와 함께,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연구해온 뇌의 수치와 패턴을
AI에 반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잠시 숨을 멈추었다.
한 사람이 평생 쌓아온 지식이
이제는 인류의 지성 속으로 녹아드는 시대 —
그것은 어쩌면, 위대한 유산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 나도 알았다.
산이 된다는 건 단지 버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시간, 그리고 영혼을
다음 세대의 바다에 흘려보내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그냥 듣는다.
그 바람 속엔 어쩌면
먼 바다의 인사말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길은 멀고, 계절은 변하지만
나는 오늘도 나의 산을 조금 더 단단히 쌓는다.
언젠가, 그 산의 꼭대기에서
내 마음의 바다가
조용히 밀려올 그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