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기술

by 지로 Giro



나는 세상의 빛을 너무 오래 바라보다가 눈이 아파왔다.
빛은 늘 옳은 것 같았고, 그곳에 서야 살아 있는 사람이라 여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빛을 오래 쳐다본 사람은, 그늘을 잃는다는 것을.

나는 똑똑한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매 순간의 숨결까지도 계산하며,
사람의 말 한 마디를 해석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장기판처럼 두었다.
좋은 패를 쥐었지만, 그 패를 믿지 못해
끝내 지쳐버린 얼굴이었다.

나는 그런 얼굴이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내 안에 벽을 세웠다.
그 벽은 나를 가두지 않고, 바람을 골라 들였다.
누군가 들어와도 좋고, 떠나도 좋다.
나는 다만 나의 온도를 지키면 된다.

세상은 내게 말했다.
“유연해져라, 적응해라.”
하지만 나는 이제 이렇게 답한다.
“나는 나의 중심으로 서 있을게.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흔들리지 않으려 해.”

내 규칙은 투명하다.
내 한계는 부드럽지만 단단하다.
그걸 밝히는 일은 방어가 아니라, 선언이다.
누구를 설득하지 않아도,
나는 나의 빛으로 충분하다.

진짜 고수는 세상을 이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무게로 세상을 통과한다.
그 무게는 단단함이 아니라,
수많은 포기의 결로 만들어진 평온이다.

나는 오늘도 빛과 그늘의 경계에서 산다.
빛이 너무 뜨거우면 잠시 그늘에 앉고,
그늘이 너무 깊어지면 다시 빛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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