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강을 건너는 일처럼

by 지로 Giro



“엄마, 형식적인 신앙은 필요한 존재가 아니에요.”
어제 큰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한마디를 듣고, 삼십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커피잔 속의 미세한 거품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 말은 내 오랜 믿음의 껍질을 조용히 건드렸고,
나는 그 속에서 오래 묻혀 있던 내 마음의 진흙을 마주했다.

수행이란 말은, 어쩐지 바람 속에서 흙냄새가 묻어나는 단어다.
누군가는 절집의 종소리 속에서,
누군가는 도시의 새벽 커피 냄새 속에서 그것을 듣는다.
하지만 진짜 수행은 절도, 향도, 예배도 아닌
내 안의 거친 파도와 마주 앉는 일이다.

나는 오랫동안 믿음의 모양에 안심했다.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면,
신이 나를 대신 정화시켜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신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대신 거울 하나를 내게 건넸다.
“이 안을 들여다봐라. 네가 바꾸려던 세상이, 바로 너다.”

그때부터 나의 수행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말을 아끼고,
화를 누르고,
남의 잘못을 지적하던 혀를 물었다.
혀끝의 상처는 아팠지만,
그 상처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왔다.

내 안의 분노는 한때 불이었으나,
지금은 그 불 위에 주전자가 올려져 있다.
삶의 쓴 찻잎을 끓이며 나는 배운다 —
끓는 물 속에서도 향은 달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나를 닦는다는 건,
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을 다루는 일이다.

수행은 남을 용서하기 전에
먼저 나를 이해하는 연습이다.
나는 왜 그토록 쉽게 상처받고,
왜 그렇게 자주 판단하려 드는가.
그 이유를 찾아가는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단단하던 마음의 껍질이
이슬에 젖은 흙처럼 스스로의 향을 내기 시작한다.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의 거울을 닦는다.
거울은 금세 다시 흐려지지만,
닦는 손끝의 떨림 속에 나의 존재가 깃든다.
그 떨림이, 곧 나의 예배다.
그 예배가 끝날 무렵,
내 안의 바람은 한 줄기 빛으로 가라앉는다.

수행이란, 결국 내 안의 소음을 가만히 듣는 일.
그 소음이 물결이 되어 흘러가면,
그 자리에 남는 것은 고요 —
나라는 강이, 비로소 제 물소리를 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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