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사람들

나도 한때는 버티는 사람이 였다.

by 지로 Giro



20여 년 전, 나는 프로젝트 성공이라는 깃발 하나를 향해 달리던 시절이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차를 몰고 현장으로 향하던 나,
도로 위의 맥도날드는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커피 한 잔으로 몸을 속이고,
식은 버거로 하루의 의식을 대신했다.

그때 나는 ‘열정’이라는 이름의 불빛 아래에서 스스로를 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불은 오래 타지 못했다.
스트레스와 영양 불균형이 내 몸을 갉아먹었고,
결국 병원 침대 위에서야 깨달았다.
“열심히”가 반드시 “살아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 이후로 나는 종종 생각한다.
출근이란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라,
자신을 조금씩 마모시키는 느린 고문일지도 모른다고.

낮에는 꾸중 속에서 정신을 붙잡고,
밤에는 야근 속에서 감각을 잃어간다.
‘자발적 야근’이라는 글자는 마치 가면처럼 붙어 있지만,
그 속에는 강제보다 더 단단한 억압이 숨는다.

사무실의 불빛 아래, 사람들은 오늘도 달린다.
승진을 꿈꿔서가 아니다.
그저 멈추면 ‘게으르다’는 낙인이 찍힐까 봐,
조금만 일찍 퇴근해도
양심 한켠이 시끄럽게 울리기 때문이다.

깊은 밤, 달빛보다 더 푸른 노트북 불빛이 책상을 비춘다.
식은 도시락, 닫히지 않는 보고서,
“올해까지만 버티자.”
스스로에게 하는 그 말은 늘 내년으로 유예된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문틈으로 스며들 때마다
현실이 귓가에서 속삭인다.
집세는 네 피로를 모른다.
은행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삶은 네가 지쳤다고 멈춰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웃으며, 버티며, 또 버틴다.
마치 이 모든 게 가치 있는 일인 척.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안다.
우리가 지금 짊어진 건 책임이 아니라 생존의 무게라는 걸.

무너져가면서도 계속 걷는 이유,
그건 일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그저 길이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삶은 전력질주로 완성되는 경주가 아니다.
몸과 마음이 남아 있어야 끝까지 갈 수 있는 여정이다.
불빛 아래에서 녹아내리던 내 젊음처럼,
오늘도 누군가는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태우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한다.
진짜 ‘성공’이란 끝까지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잃지 않고 남겨두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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